"애써 가꾼 농산물을 도둑맞은 것도 억울한데 눈 앞에서 범인을 놓아주다니 말이나 됩니까."
도난당한 사과에 대한 경매를 중단해달라는 주인의 요청을 무시하고 농협 공판장이 경매를 강행, 도둑은 달아나고 농민만 속을 끓이고 있다.
사과재배 농민인 이모(41·의성군 춘산면)씨는 지난 5일 오전, 설 대목에 내놓으려고 창고에 보관해오던 20㎏들이 부사 100여 상자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이씨는 범인들이 훔친 사과를 안동농협 공판장에 유통시킬 것으로 보고 공판장을 찾아 오전 9시쯤 최모(30·군위읍)씨 명의로 경매 위탁된 것을 찾아냈다.
이씨는 공판장 측에 즉각 경매 중단을 요구했지만 공판장 측은 장물 여부가 불분명하다며 경찰 입회 확인을 요구했고 이씨가 경찰을 부르는 사이 경매를 진행했다.
황당해진 이씨는 사과 출하자와의 대면·출처 확인을 다시 요청했으나 이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범인은 출하전표를 받아 80상자 분 경매대금 439만 원을 찾아 달아났다.
공판장 측과 경찰은 뒤늦게 폐쇄회로TV를 확인해 문제의 사과가 최씨가 훔쳐 온 것임을 확인하고 상인들이 반출하기 직전 압수해 공판장 저온창고에 보관시켰다.
이씨는 "도난당한 사과는 유기농법으로 재배해 모양과 색상이 독특하고 간단히 식별할 수 있다"며 "경매 중단과 출하자 확인을 거듭 요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와 관련, 한국농업경영인 경상북도연합회는 14일 성명을 내고 "피해농민이 피 끓는 심정으로 경매 중단과 대금 지불 보류를 요청했지만 공판장 측이 터무니없는 원칙을 내세워 외면했다" 며 관계자 엄중 처벌을 요구했다.
임병주 안동농협 공판장장은 "경매물건 출하자의 신상공개를 못하는 규정 때문에 경찰의 확인을 받으려던 중 경매사의 실수로 경매가 진행됐고 대금 지불 보류 요구는 듣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권동순기자 pino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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