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업지배구조 투명성 提高가 먼저다

자산 규모 5조 원 이상인 기업 집단의 계열사는 순자산의 25%를 초과해서 출자할 수 없다는 출자총액 제한 제도가 흔들리고 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출총제 적용기준을 현행 5조 원에서 6조 원으로 상향 조정키로 했다. 또 부채비율 100% 미만인 기업 집단은 1년 더 이 제도를 유예해 주기로 당정협의에서 합의했다.

재계는 우리나라에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이 제도가 외국 자본에 대한 역차별이며 투자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규제라며 폐지를 주장해 왔다. 폐지가 어렵다면 자산 기준을 20조 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부채비율 졸업 기준도 3년 연장할 것을 주장해 왔다. 따라서 재계로서는 이번 당정 합의가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경제 상황 악화를 이유로 출총제를 완화한 것은 재벌 개혁의 의지를 의심케 한다. 출총제 완화는 재벌의 기형적인 소유 지배 구조 확대와 방만 경영을 촉진할 뿐이다. 현재 재벌 총수와 직계 가족은 3%에 불과한 지분으로 그룹 내 많은 기업을 지배하고 있다. 이 제도가 완화되거나 폐지되면 계열사 간 순환 출자가 늘어나고, 재벌의 경제력 집중도 강화될 것이다. 지금도 출총제는 너무 많은 예외조항을 두고 있어 유명무실한 상태다. 어떤 회사는 자기 자본보다도 많은 금액의 다른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서도 한도를 넘기지 않고 있다.

출총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면 경영을 못해도 다른 사람의 돈으로 주식을 사 경영권을 지킬 수 있게 된다. 회사가 망하기 전까지는 경영권이 방어되는 것이다. 출총제가 기업의 투자를 막는다는 주장이 있으나 출자와 투자는 구분되어야 한다. 재벌들은 출총제 폐지 주장에 앞서 출자 규제가 필요 없는 상태가 되도록 기업 지배 구조의 투명성부터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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