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아! 윤동주…

이상희 전 서울대 교수는 "지식인들은 '시대적 촉각'으로 끊임없이 현실의 문제를 지적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또 지식인의 두 유형 중 인텔리겐치아는 독립운동가처럼 체제비판적이고 변혁운동에 적극 가담하는 사람, 인털렉추얼은 전문지식과 폭넓은 교양을 두루 갖춘 위에 날카로운 시대정신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일제 저항 민족시인 윤동주(尹東柱'1917~1945)는 인텔리겐치아와 인털렉추얼의 면모를 두루 갖춘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다. 조국 독립운동에 뛰어들어 28세의 앳된 나이에 차디찬 감옥에서 숨져간 청년. 학생복 차림에 까까머리, 양뺨이 홀쭉한 동안(童顔), 속기(俗氣)라곤 찾아볼 수 없는 해맑은 모습이 한없는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6개월만 더 살았어도 조국 광복을 볼 수 있었을텐데….

○…16일은 윤동주가 옥사한지 60주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 13일 일본 후쿠오카(福岡)시 모모치(百道)의 구치소(옛 형무소) 담밖에서는 40여 명의 일본인들이 주축이 돼 그의 60주기 추도식을 가졌다. 후쿠오카 시민들로 구성된 '윤동주의 시를 읽는 모임'이 주도한 행사로 18회째다. 1995년 12월에 창립돼 매달 한 차례꼴로 가진 100여 회의 모임을 통해 참회하는 심정으로 윤동주의 시를 읽고 그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새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은 윤동주, 가장 좋아하는 시도 그의 작품 '서시(序詩)'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 했다…(중략)'. 이 구절은 어지러운 현실에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에게 윤동주는 '해맑은 영혼', '시대의 양심'이다. 그럼에도 그의 60주기 추도식이 일본에서 먼저 열렸다니 부끄럽고 죄스럽다. 더구나 그의 사인에 대해 일본 731부대의 생체 실험 희생 의문을 제기한 사람도 일본인이다.

○…올해는 한'일수교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윤동주의 시는 양국민을 하나로 묶는 사랑과 용서의 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조차 괴로워 하는 '맑은 양심'들이 이 땅과 일본땅에 차고 넘쳤으면, 그래서 윤동주의 시혼과 시대정신이 아름답게 열매맺기를….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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