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기 가려운 곳 긁는 '효자손' 영남대 글로벌비즈니스 사업단

중소기업 사람들은 해외 신시장 개척, 설비 도입 등에서 진땀을 흘린다.

이런 일들을 시원하게 해치워낼 만한 인재가 사내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비싼 돈을 들여 외부 인력을 끌어올 수도 없는 노릇.

최근 일부 중소기업들은 대학생 일꾼들을 통해 이 같은 걱정을 덜어내고 있다.

주인공은 영남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 사업단' 소속 30여 명의 학생들. 이들은 기업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효자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기업 민원 해결하고

지난해 봄 역내 한 중견 기업체는 인도와 베트남 진출을 두고 고민하고 있었다.

문제는 해당 국가의 시장동향. 자사의 역량으로는 시장동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고민하던 이 업체는 대구상공회의소를 통해 글로벌비즈니스 사업단과 연결이 됐고 사업단 학생들이 '총출동'했다.

소속 학생 전원이 달라붙어 한 달여 동안 인터넷과 출판문헌, 대사관 등을 통한 자료조사가 이뤄졌다.

그리고 학생들은 회사를 직접 방문, 조사결과를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결과는 대만족. 이 기업체 관계자들은 '뜻밖의 결과'라며 오케이 사인을 냈다.

대구 성서공단 내 한 기업체는 지난해 말 유럽에서 들여온 설비로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설비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기까지 해외 기술자를 상주시키며 기술 이전을 받아야하는데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았던 것.

도우미들이 또다시 팔을 걷어붙었다.

6명의 학생들이 한 달 동안 교대로 기업을 방문, 통역 서비스를 했다.

외국인 기술자는 통역 서비스가 진행되는 동안 "학생들이 안 오면 기술이전을 할 수 없다"는 으름장까지 놓을 만큼 학생들의 어학실력은 수준급.

글로벌비즈니스 사업단이 만들어진 2003년 가을 이후 지금까지 진행된 공식 기업지원 프로젝트만 10여 개.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자료수집, 해외 박람회 참가를 위한 자료 영역, 해외 바이어 및 기술자 통역 등이었다.

대구상공회의소 달성지회 이종학 과장은 "인도, 베트남 시장에 대한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던 회사는 학생들의 조사가 큰 도움이 됐다고 전해왔다"며 "통역서비스의 경우, 중소기업들이 하루 몇 시간만 외부 전문인력의 도움을 받아도 최소 20만 원 이상은 드는데 글로벌비즈니스 사업단은 이 같은 기업들의 경비부담을 덜어주고 있다"고 했다.

◇스스로도 배우고

"세계 속에서 뛰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해외시장조사를 하면서 가진 생각입니다.

자료조사를 위해 각 기관을 방문하다보니 눈이 커지는 것 같아요. 기업 관계자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으니 기업실무를 익히는 효과도 같이 봅니다.

'내 실력이 이 정도구나'라는 것을 바로바로 알 수 있으니 자신을 채찍질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 (김성종·국제통상학부 3년)

"살아있는 정보, 비즈니스에 꼭 필요한 정보를 찾아다니다 보니 제 자신의 정보력이 쑥숙 자라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스스로 놀랍니다.

중소기업에 대한 생각도 이젠 달리합니다.

" (김수정·국제통상학부 2년)

사업단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기업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스스로의 발전이 기대된다고 했다.

더욱이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다보니 어학 실력향상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

김경민(국제통상학부 3년)씨는 "'죽은 영어'가 아닌 '살아있는 영어'를 체험하다보니 영어 실력이 쑥숙 자란다"며 "사업단 참가 전 560점에 머물렀던 토익 성적이 1년도 채 안돼 820점이 됐다"고 했다.

김대호(국제통상학부 3년)씨는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자료조사를 하다보니 규모가 작은 기업들의 성공사례를 많이 볼 수 있었다"며 "우리 중소기업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고 기업을 바라보는 잣대가 바뀌게 됐다"고 말했다.

◇선발 경쟁률 5대 1

글로벌비즈니스사업단은 2003년 8월 출범했다.

영남대 국제통상학부가 세계화시대에 부응하는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마련했다.

현재 2기생까지 선발됐다.

학점과 영여성적 등을 고려하고 면접을 거친다.

경쟁률이 5대 1에 이를 만큼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다.

학생들은 기업들을 돕는 활동은 물론 연중 무휴로 공부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어학은 물론 상식, 기업에 대한 이해, 토론 등 학생들 스스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설정해 익힌다.

영남대는 이 모임에 연간 3천만 원의 운영비를 지원, 기업들을 돕는 프로그램 시행에 있어서도 '무료 봉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대구상공회의소 및 경산상공회의소와 산학교류협정을 체결, 기업 도우미 역할도 한층 강화하고 있다.

김기현(영남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학생들이 이런 활동을 통해 대학생활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처음엔 기업들도 '이 학생들이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많이 가졌지만 실력을 통해 검증해 보이니 이젠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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