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과 미니스커트를 입고 한껏 멋을 낸 처녀들, 아이 손을 잡고 봄 나들이에 나선 가족, 행락객을 가득 태운 유람선,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나룻배, 쌍쌍이 보트에 앉아 노를 젓고 있는 뱃놀이객…사진(동구청 제공)은 1960년대 말 어느 봄, 설렘이 그득한 동촌유원지의 모습을 담고 있다.
동촌에서 태어나 50여 년을 살았다는 이태호(50)씨는 사진을 보며 "당시 동촌유원지의 가장 흔한 풍경"이라며 "강둑 너머 보이는 굴뚝은 고량주 공장이었고 개구쟁이들의 놀이터였던 금호강둑은 늘 불장난으로 시커멓게 타 있었다"고 회상했다.
사람들이 붐빌 때면 어김없이 꽹과리 소리가 하루종일 울려 잔치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누구 하나 불평 없이 오히려 이를 통해 삶의 고단함을 달랬다고 했다.
이씨는 "당시 아버지가 동촌유원지 일대를 누비던 유람선의 선주여서 어린 시절의 추억이 온통 금호강과 함께 있다"며 "아양교에서 현재 인터불고 호텔까지 오가던 유람선에 올라 금호강의 낭만에 흠뻑 젖어들었던 행락객의 모습이 아직까지 눈에 선하다"고 전했다.
도라지, 갈매기, 희망, 용운호, 제비호, 청용호…. 당시 동촌유원지를 호령하던 유람선들의 이름까지 정겹다.
맑은 물, 탁 트인 경치, 유원지 일대를 수놓았던 늘어진 버드나무, 그리고 동촌유원지의 대명사였던 '구름다리' 덕분에 동촌유원지는 영화 촬영지로도 인기가 높았다.
'저 하늘의 슬픔'(이윤복·신영균 주연), '마지막 왼손잡이'(김희라 주연) 등이 이곳에서 촬영된 대표적인 작품.
때문에 영화촬영이 있는 날엔 영화 관계자들이 지프를 타고 홍보에 나섰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촬영장에 모여들어 하루를 꼬박 이곳에서 보내던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동촌유원지는 당시 대구시민들의 넉넉하고 푸근한 쉼터였으나 10여 년 전부터 쇠락을 거듭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사진: 1968년 봄, 유람선과 나룻배, 행락객으로 북적이던 동촌유원지(위)와 오리배와 신식 여관 건물들이 들어서있는 현재의 모습.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