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안동의 단위농협에서 발생한 66조 원 금융사기극과 도난사과 경매 사건은 농협이 왜 변신을 요구받고 있느냐에 대한 답을 대신해 준 것 같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특히 농협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쇄신되지 못한 업무관행이 또다시 드러났기 때문.
금융사기극을 벌인 안동 풍천농협의 박 모 지소장은 경찰조사 결과 서울에서 노래방 등 개인사업을 해 왔고 사업자금으로 많은 사채를 쓰고 설상가상으로 주식투자까지 실패해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본업과 부업이 뒤바뀌어 자초한 겹고통이었다.
이런 상황에 전문 금융사기단이 접근해 왔고 거액 사례금 등을 약속하며 제의한 범행공모에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최소한의 직업윤리조차 외면한 결말은 전대미문의 66조 원 금융사기극이었다.
한편 농협 측은 사건이 터지자 지소장 주변 이야기를 근거로 지소장이 평소 신병 등으로 계수관념이 상실된 상태에서 벌인 해프닝으로 해석했다.
천문학적인 금융사기극을 차단해야 할 전산감시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았던 점은 해명 않고 그 시스템을 통해 범행 전모를 파악, 거액이 인출되는 손실을 막았다고 사실을 왜곡하려 했다. 문제 직원의 신상관리 책임과 금융거래 관리업무의 핵심 시스템의 중대 결함을 감추는 데 급급한 듯했다.
안동농협 공판장의 도난 사과 경매사건은 업무 편의주의가 빚었다는 지적이다. 경매물건의 출하자를 밝히지 못한다는 내부규정에 얽매여 사과 주인의 간청을 무시하고 훔쳐 온 사과를 경매했고 도둑도 놓쳤다. 사과 잃은 농민의 말에 조금만 귀 기울였다면 이를 막을 수 있었던 것.
2003년 대구 월배농협, 2004년 봉화농협에서의 대형 금융사고 등 위험이 상존해 있는 농협에 누가 믿고 돈을 맡기며 피땀 흘려 지은 농산물을 맡기고 싶겠는가. 농협의 환골탈태(換骨奪胎)가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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