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환자나 가족들은 소송 이외에는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약자적 고통을 받고 있다.
의사들도 의료분쟁에 대한 사회적 완충 장치 미비와 환자들의 감정적 항의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박모(37)씨는 지난 1월 대구의 한 종합병원에서 제왕절개수술을 했으나 출혈이 심해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받았고, 이후에도 상태가 좋지 않아 몇 차례 시술을 받았다.
그는 의사로부터 산모의 상태가 좋지 않아 불가피하게 발생한 일이라는 설명을 들었지만 이 병원에서 출산 전 6, 7개월 동안 각종 검사를 통해 별다른 문제점이 없었던 점을 들어 의료진을 불신하고 있다.
남편 이모(40)씨는 변호사 사무실, 경찰서 등을 다니며 상담과 도움을 요청했으나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청와대에 탄원서를 보내기로 했다.
이씨는 "의사는 100명 중 1, 2명에서 생길 수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하지만, 과연 사전에 예방할 수 없었는지 의심이 간다"며 "의학지식이 없고, 도움을 받을 단체도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지난 연말 대구의 한 산부인과에서 산모가 출산 후 폐색전증(폐혈관이 핏덩어리로 막히는 질환)으로 숨졌다.
유족들은 부검을 의뢰했으며 그 결과 의사 과실과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유족들은 병원 진료 대기실에 빈소를 차리고, 항의 시위를 했다.
병원 측은 결국 유족에게 상당액의 위자료를 지급한 뒤에야 사태를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한 정형외과 원장은 "지난해 수술 받은 환자가 결과가 좋지 않다며 경찰에 고소하고 수시로 병원에 찾아와 욕설을 하는 바람에 진료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경영에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며 "참다못해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등으로 환자 측을 맞고소했다"고 말했다.
대구시 의료분쟁조정위원회는 최근 3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의사나 의료기관이 거부할 경우 분쟁 사안을 아예 취급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혁규 대구시 보건과 의료분쟁 담당자는 "그동안 환자 측의 분쟁 조정 신청은 3건이 있었으나 의료기관이 응하지 않아 한 건도 조정하지 못했다"며 "현 의료법은 조정에 불응하는 의료기관에 대해 법적 제재 조항이 없다"고 전했다.
대구의 경우 대한의사협회 공제회에 신고된 의료분쟁 건수는 지난해 37건으로 2002년 31건보다 증가했으며, 올 들어선 벌써 8건에 이른다.
■의료분쟁 조정법 절실
의료 소송의 경우 1심에서만 평균 2년 정도 걸린다.
더욱이 다른 사건보다 항소율이 높아 수년 이상 법정 공방을 끌게 된다.
환자의 승소율은 2003년 기준 53% 수준으로 높은 편이지만 그간 들어간 비용과 시간, 스트레스를 생각한다면 손실도 만만치 않다.
특히 원고가 승소하더라도 의사의 100% 책임이라는 판결이 없기 때문에 변호사 비용이나 감정 비용 일부를 부담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국회에선 오는 4월 의료분쟁조정법이 발의될 전망이다.
의료분쟁 조정법안은 분쟁을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조정위원회가 과실 유무를 따져 조속히 보상금액을 지급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다.
이 법안은 정부의 각 부처, 의사단체, 시민단체 등의 의견이 엇갈려 15년째 표류해 왔다.
임규옥 변호사는 "소송은 환자나 의사 모두에게 부담이 될 뿐 아니라 의사의 방어진료를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며 "일본에선 의료분쟁조정위원회가 분쟁의 80%를 해결할 정도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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