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론이 여야 양쪽에서 봄벌레 기어나오듯 슬슬 준동(蠢動)을 시작했다. 국민적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이 돌발사태를 국민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자못 당혹스러울 터이다. '뜨거운 감자'는 절대로 쉽게 못먹는다. 과거사법'국가보안법은 '개헌'에 비하면 식은 감자다. 그런데도 1년을 허송했다. 끝내지도 못했다. 경제 살리자더니 또 1년 개헌 논쟁으로 날새는 것 아닌가? 이 국민적 노이로제의 치료없이 화두(話頭)를 바꾸는 건 확실히 문제 있다.
개헌논의는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은 국민의 마음이 편할 때의 얘기다. 본란은 개헌론이 '이유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시류(時流)를 타지 못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여야의 개헌주장은 '목수 연장 나무라는'꼴이다. 아직도 제도의 장단점을 갖고 논하는 것은 실로 유치하다. 권력누수? 선거 과잉? 임기도 너무 짧다고? 중임하면 당선 순간부터 재선 노린 인기정책, 돈 낭비 않는다는 보장 있는가?
또 개헌논의 일단 시작하면 결코 1, 2년에 못끝낸다. '그냥 중임제'에다 중임제+부통령제, 내각제, 2원집정제 등이 숱한 주장을 절충하기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다. 여야가 '4년 중임제'쪽으로 우루루 몰려가는 것도 웃긴다. 국회의원 임기를 5년으로 늘려 대통령 선거와 맞추는 건 방법도 아닌가?
5년 단임제가 독재정권의 부산물일 뿐 이젠 시대가 바뀌었다는 주장도 어폐 있다. 민주화는 됐으되 정치기술은 오히려 낙제점이다. 연장(제도)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임은 지난 2년간 충분히 입증됐다. 목수가 연장을 나무라는 한 좋은 집은 결코 지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언제 현 제도가 불편하다 했나? 바꾸자고 했나? 갖가지 핑계, 이유대지 말고 경제회생의 청신호가 시퍼렇게 켜지거든 그때 논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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