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李海瓚) 총리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연
일 소신에 찬 '공세적' 답변 태도를 취해 관심을 끌고 있다.
여야 의원 가릴 것없이 논리적 결함이 있는 질문이라는 판단이 들면 '가차없이'
정책 논리를 짚어가며 정면 반박하는가 하면 특유의 직설화법을 동원해 역공을 취하
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기국회 이후 계속돼 온 이 총리의 이같은 답변 태도는 새해 첫 임시국
회 들어서도 큰 변화가 없는 상태이다.
이를 두고 상당수 역대 '대독 총리'들과는 달리 5선 관록에다 서울시 정무부시
장 등 풍부한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이 총리가 여야 의원들을 압도하고 있다는 해석
이 있는가 하면, 지나치게 독선적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 총리는 16일 열린우리당 주승용(朱昇鎔.전남 여수) 의원이 호남고속철도 건
설사업과 관련, "이 총리가 경제성을 이유로 타당성 분석용역이 진행중인 이 사업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고 추궁하자 "왜곡말라"며 적극 반박했다.
이 총리는 주 의원이 거듭 "참여정부 공약사업으로, 조기 착공을 촉구하는 의원
들도 많은데 이 사업에 대한 부정적 언급은 용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중
하지 못했다"고 비판하자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자꾸 왜곡말라"고 말꼬리를 올리면
서 "저도 호남의 지역적 소외에 깊은 애정을 가진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총리는 경부고속철도 수요예측 실패를 예시하며 "여러 수요가 있으나
재원은 한정된 만큼 우선순위는 잘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용역 결과에 따르면
된다는 것"이라고 첨언했다.
이 총리는 또 수도권 집중화 현상 등에 대한 자신의 설명을 놓고 한나라당 서병
수(徐秉洙) 의원이 "이 총리 말을 들으면 수도권 집중이 자연스런 현상이고 어쩔 수
없다는 것 같다"고 꼬집자 "들어보라"고 목소리를 높인 뒤 추가 설명을 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나아가 서 의원이 정부의 국가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말을 꺼냈으면 '(일을) 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깎아내
리자 "정책이 발표되면 1년만에 된다는 근시안적 생각은 안된다"고 역공을 취했다.
이어 이 총리는 민주노동당 조승수(趙承洙) 의원이 최저임금 법제화를 주장한데
대해 "임금은 단협사항이라 유동적이고 법제화하면 오히려 사용자 입장에서 경제 부
담이 늘어나 고용이 줄어들 수 있다"며 즉각 난색을 표시했다.
이 총리는 또 조 의원이 여권의 비정규직 관련입법 추진을 비판하자 "오히려 전
체적으로 사용자보다 근로자에게 약간 유리한 법"이라는 견해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 총리의 직설화법은 우리당 노웅래(盧雄來)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절정을 이뤘다.
"의원들이 질의를 일부러 유심히 들으면서 국가정책에 얼마만큼 이해를 갖고 깊
이 생각하는지 살펴보고 있다. 신문에 보도된 기사를 모아서 하는 수준인지, 생각하
면서 하는 수준인지 들으며 메모하고 있다"고 말한 것.
앞서 이 총리는 14일 정치분야 질문에서 자신의 과거 '한나라당의 차기 집권 난
망' 발언 등을 겨냥해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이 입장을 추궁하자 "한자도 더
할 말이 없다"고 했고, 15일 경제분야 첫날 질문에서도 우리당 전병헌(田炳憲) 의원
이 부동산정책 담당부처에 강남 거주 공무원들을 배치하지 말아야 한다는 소위 '신(
新)상피제도'를 주장하자 "논란거리도 안된다"며 일축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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