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잘못된 만남

독도를 기준으로 볼 때 경북도와 가장 가까운 일본 땅은 시마네현(島根縣) 관할 오키섬이다.

독도는 오키섬 북서 방향으로 157km, 울릉도 남동쪽 90km 지점에 위치해 있다.

지리적 특성 때문에 시마네현에서는 한국 옛 문물의 흔적을 어렵잖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경북도와 시마네현은 1989년 자매결연을 체결했다.

그런데 시마네현은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목소리가 유별나게 큰 곳이다.

시마네현 의회는 일제 강점기인 1905년에 시마네현이 독도를 자기 영토로 고시했다는 터무니없는 이유로 100주년 되는 2월 22일을 '다케시마(竹島: 독도의 일본 이름)의 날'로 지정하려 하고 있다.

시마네현 정부는 한술 더 떠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는 TV방송 광고를 만들어 내보내는 등 자매 도시인 경북도의 뒤통수를 쳤다.

광고 중단을 촉구하는 경북도의 요구에 시마네현 측은 "영토문제와 교류는 별개"라는 외교적 수사를 되풀이하고 있다.

현지 취재를 통해 기자가 느낀 것은 일본인들은 무서울 만큼 냉정하고 주도면밀하다는 점이다.

우리처럼 감정적이고 격한 반응을 보이기보다는 작전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는 인상을 받았다.

독도와 관련된 한국의 언론 보도와 정치인·시민단체 동향 등을 시마네현은 모니터링해 자료로 축적하고 있다.

그들은 애드벌룬을 띄운 뒤 한국에서 벌어지는 반응을 내심 즐기고 있는 듯하다는 현지 전언도 있다.

자매결연은 애초부터 '잘못된 만남'이었다.

독도를 영토 분쟁지역으로 만들어 국제사법재판소로 끌고가려는 일본의 술수에 말려들어서는 안된다는 이유로 우리 정부는 '무대응이 상책'이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 방침이 굴욕적인 저자세 외교로 비치면서 자존심을 구긴 국민들은 길거리로 나서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허준영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을 제지한 정부의 자세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국민들도 이제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독도를 빼앗아가려는 일본을 이기려면 냉온 양동 작전을 구사해야 한다.

한쪽에서는 목소리를 높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공동 대응책을 숙의하면서 그 결과를 정식으로 문서화해 정식 루트를 통해 일본에 전하자는 의견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우리 국민의 독도 사랑은 정말 뜨겁다.

그러나 독도 문제에 관한 한 우리는 '냄비' 기질을 보여서는 안 된다.

일본의 술수에 말려들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김해용 사회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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