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설날 음독사망…소방서·병원 서로 "네 탓"

이번 설날 발생한 부자 음독 사망사고(본지 2월 11일자 30면 보도)와 관련해 환자들의 응급구조 체계에 대해 말들이 많다. 당시 환자들을 이송한 소방서 응급차량이 가까운 종합병원 응급실을 놔두고 두 배나 먼 거리에 있는 병원으로 갔기 때문.

이를 두고 "병원 측이 '환자를 맞을 준비가 안 된 만큼 큰 병원으로 옮기라'고 해 어쩔 수 없이 '응급구조 체계대로 관내 병·의원 중 가장 가까운 의료기관을 선택했다"는 소방서 측의 주장과 "응급차량 측 통보로 치료 준비까지 다 했는데 오지 않았다"는 해당 병원 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울진경찰서와 소방서 측에 따르면 지난 9일 부자 음독 사고가 발생하자 소방서 측 119 응급차량이 환자들을 20여 분 거리에 있는 영덕 ㅇ병원이 아닌, 40여 분 거리에 있는 울진 ㅇ병원으로 이송했다는 것. 또 이 병원에서 위 세척 등 1차 응급처치만을 한 채 다시 영덕을 지나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포항의 모 종합병원으로 환자들을 이송했다는 것.

애당초 응급차량이 사고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영덕지역 병원으로 환자를 옮겼거나 규모가 큰 병원이 있는 포항으로 바로 이송시켰어야 했다는 지적에 대해 소방서 측은 "영덕의 병원 측이 진료를 거부해 어쩔 수 없이 '1차적으로 관내 의료기관을 이용한다는 응급구조체계에 따라 관내 병원을 찾다 보니 울진까지 올라가게 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ㅇ병원 측은 "제초제 성분인 '그라옥손'은 워낙 강해 위 세척을 하더라도 별 효과가 없는 만큼 바로 큰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과 함께 위 세척이라도 하겠다면 우리 병원으로 오라고 전하고 진료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끝내 오지 않았다"며 "진료 거부는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설날인 지난 9일 밤 10시 10분쯤 울진군 후포면 지모(64)씨 집에서 지씨와 큰 아들(37)이 농약을 마시고 쓰러져 있는 것을 딸(27)이 발견해 울진소방서 119 응급차량을 이용, 병원으로 옮겼으나 두 명 모두 숨졌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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