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貧富격차 심각하다" 국민의 소리

국민들이 느끼는 빈부격차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가를 잘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보건사회연구원의 국민의식조사가 그것으로 일반 서민들이 서글프게 느끼고 또는 불평을 마다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가 탁상공론식 정치적 성장 분배 논란을 거듭하는 사이 더욱 고질화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조사대상자의 63.5%가 빈부격차가 '매우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약간 심각'한 것으로 여기는 29.5%를 합하면 국민의 무려 93%가 심각한 상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도 채 되지 않았다.

이 같은 결과는 전수조사를 통한 실질 통계와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정부가 아무리 심각하지 않다고 수치를 내세우고 다른 핑계를 대거나 말거나 국민들의 체감 온도가 그 정도로 차갑게 얼어붙어 있다는 사실의 표현이다. 실제로 지난 1년 사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도 5만여 명 늘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이 조사에서 월소득 300만원 미만을 저소득층으로, 300만~500만원을 중산층, 고소득층은 500만원 이상으로 설정했다. 응답 내용이 응답자 자신의 계층을 나타낸 것은 아니지만 고소득 수준을 이 정도로 잡았는데도 빈부의 양극화를 심각하게 지적하고 있는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노래하지만 국민들의 인식과 실생활은 그보다 한참 아래서 헤매고 있다. 이렇게 경제가 왜곡 일변도로 간다면 극빈자, 차상위 저소득층, 또는 차차상위 저소득층을 가리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 질지도 모른다.

분배와 성장 논란도 결국 튼튼한 경제의 바탕 위에서 성립하고, 저소득층 생계비 지원 등 각종 복지의 확대도 경제 회생 없인 불가능하다. 내수 회복이 가시화돼 수출과 동반 성장이 본궤도에 들 때 정부는 경제의 체질을 다지면서 정의로운 분배를 실현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국민의 93%가 빈부격차가 심각하다고 여기는 상황에서 쓸데없는 정쟁이나 변명, 감언이설은 공허한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