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흘산 자락의 김태운씨 집

첩첩산중(疊疊山中).

중점도요(中點陶窯) 연구소를 운영하는 김태운씨의 집은 '새들도 쉬어 넘는다'는 주흘산의 호젓한 산자락에 포근히 파묻혀 있다. 주흘산, 대미산, 조령산 등 끝없이 이어진 산새와 울창한 숲속의 산골 집이 한없이 정겹기만 하다.

주인은 충북제천에서 사업을 하다 그림여행을 떠나 살던 강원도를 거쳐 서울에서 이곳 문경으로 옮겨 살고 있다.

그가 사는 곳은 17세기 조선시대 후반기를 거치면서 백자 등 민수용 도자기를 만들며 15여 가구가 모여 살던 곳. 집 뒤편 언덕진 곳에는 가마터가 있고 중점(가운데 점)이란 마을로 양질의 점토가 매장되어 있다. 문경 도공들이 이곳을 거쳐나갔고 조선 백자의 발전에 기여한 역사적인 곳이다. 주인은 이런 이유 때문에 조상의 장인정신이 숨어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이 집은 입구부터가 남다르다. 신라 때부터 사용한 옛고개를 지나면 눈처럼 하얀 쫑구의 집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마당 앞에는 꼬마 체육공원이 마련됐다. 나무로 만들어진 벤치, 장승, 철봉, 평행봉 등 자연 그대로다.

집 입구에는 주인이 직접 만든 조각품들이 자리잡고 있다. 경상북도 민속자료로 지정되어 있는 '조선요'가 집 위에 수호신처럼 버티고 있다. 늘 장인정신을 갖기 위함이라는 주인의 설명이다.

내화외빈(內華外貧).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지은 집이다. 주인은 지난 1997년부터 블록 스레트로 손수 지었다고 한다. 겉모습은 창고를 여러 개 이어놓은 것처럼 볼품없지만 내부에는 그림, 공예, 서화로 예술의 향기로 가득하다.

집안 곳곳에는 주인이 직접 그리고 만든 도자기, 조각품, 그림 등으로 꽉채워져 있다. 거실 한가운데 있는 '자연성, 합리성, 창조성'이라는 가훈을 몸소 실천, 자신이 만든 그릇을 직접 식기로 사용하고 있다.

거실 한면을 조망창으로 이용, 아름다운 풍경을 집안으로 끌어들였다. 바닥에서 천장까지 올라간 선반에 작은 찻잔들이 가득하다. 거실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어린 아기 만한 오동나무 목각 인형이 자식처럼 귀엽다.

거실 옆에는 따로 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전기조명시설이 완벽히 구비돼 언제고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별도로 환풍기를 설치, 쾌적함을 살렸다.

도자기의 모습도 가지가지다. 이집트 물병에서부터 일본 찻잔, 심지어 납골항아리도 전시돼 있다. 아기자기한 다완(찻잔)을 보니 술생각이 절로 난다.

집 벽면에는 한복입고 머리에 바구니에 물건을 담은 것을 인 연인의 모양이 연속되어 그려져 있어 대형 엽서를 보는 듯하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지은 자연을 닮은 집속에 담긴 주인의 예술혼과 자연사랑이 아름다운 집이다.

사진·박순국 편집위원 tokyo@imaeil.com

◇ 정용의 500자평-

우리네 사람들은 짧은 인생을 아쉬워하면서 "어떻게 하면 아름답고 다채로운 삶을 살아 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이런 생각만을 갖고 있음에서 실천적으로 옮겨 사는 이가 있으니 중점도요 연구소를 운영하는 김태운씨다.

그의 삶의 공간들에는 온통 작품들로 가득하고 여름에는 도자기작업을 겨울에는 그림과 조각 작업을 한다. 이런 창작의 공간을 위해 몇 채로 나누어진 그의 집은 황금분할이다. 거주하는 공간은 나지막하게 샌드위치 판넬로 지어놓고 침실과 거실 옆에는 완성된 작품이 늘 같이한다. 윗 채에는 오른쪽으로부터 그림을 그리는 작업실이 장작으로 난방을 하는 주물난로와 같이 하는 방,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유리로 여러 번 접어 만든 천정이 있는 전시실, 그 옆에는 흙으로 만든 굽기전의 도예작품, 왼쪽에는 전통적인 창작가마가 있다. 그의 삶의 부분에 따라 나누어 구성되어 있다. 창작의 공간들은 바람을 피하고 비를 피할 정도의 블록의 벽에 스레트의 지붕 등 화려하지는 않지만 곳곳마다 색다름과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나이를 먹으면서 10년, 5년 단위로 새로운 삶을 살아봐야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8대 200여년을 전승도예로 이어와 국내최초의 도예명장으로 선정된 김정옥 명장을 낳은 문경, 망댕이가마 옆에서 청자, 백자의 화려한 작품의 탄생을 꿈꾸며 늦은 나이에 열정을 다하는 도예가 김태운의 향기로운 삶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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