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이 팔리지 않는다고 난리다.
하지만 최근 기자가 다녀온 2곳의 가게는 안 팔린다고 한숨만 쉬고 있지 않았다.
안 살 테면 빌려쓰라는 방식.
불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입지를 키워가는 이들 가게는 판매업 간판을 내걸고 있었지만 대여업까지 겸업, '멀티플레이어'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었다.
◇안되면 바꿔보라
대구 송현동과 성서, 2곳에서 신화헬스스트림이란 상호로 헬스·의료기기 판매점을 운영하는 박창오(49)씨. 다니던 직장에서 명예퇴직한 1998년 4월, 퇴직금 1억8천만 원을 몽땅 쏟아부어 40평짜리 헬스기구 판매점을 열었다.
그는 현재 2곳의 매장을 운영하며 월 수천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가게를 임대해 첫발을 내디뎠지만 영업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엔 200평에 이르는 송현동 본점을 사서 내 가게로 만들기에 이르렀다
"외환위기 직후에 창업, 그 어려운 파도를 잘 넘어왔는데 그 이후가 문제였습니다.
2002년 러닝머신(트레드밀)을 월 25대 정도 팔았는데 2003년부터 장기불황이 닥치면서 판매량이 반토막났습니다.
"
가슴이 탔다.
고민 끝에, "이왕 안 팔릴 것, 빌려주자"고 결심했다
대여사업은 큰 위기를 맞았던 그의 가게를 회생시켰다.
대여사업을 시작하자마자 러닝머신이 불티나게 나갔다.
현재는 러닝머신만 130여 대가 대여 중이다.
대여가 잘되니 입소문을 타고 판매도 따라왔다.
빌려간 사람이 사는 경우도 많았다.
더욱이 개업 초기부터 꼭 현금을 주고 물건을 사오는 원칙을 적용하면서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도입, 더 싸게 팔 수 있었다.
"2003년부터 대구에서만 15곳의 동종 가게가 문을 닫았습니다.
살아남은 것만 해도 다른 사람들은 대단하다고 합니다.
대여사업을 통해 위기는 일단 극복했고 이젠 판매신장으로 목표를 돌리고 있습니다.
다행히 지난달부터 경기도 조금씩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
지난 2년여 동안의 불황기에도 꾸준히 투자, 지금은 취급품목이 2천 가지에 이른다.
물건이 늘어나니 '이 물건 사러왔다가 저 물건 사가는' 손님도 늘고 있다.
"대구에서 저희처럼 판매와 대여를 함께하는 곳은 없습니다.
대여사업은 AS문제 등 뒷일이 엄청 많거든요. 하지만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습니다.
" 053)654-9352.
◇시작부터 바꿔라
손효진(31)씨는 2002년 초까지만 해도 전업주부였다.
남편 월급이 너무 적어 일터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그는 2002년 5월 대구 송현동에서 베이비랜드라는 아기용품 전문점을 개업했다.
모아둔 돈 5천만 원에다 융자를 보태 1억 원을 넣었다.
현재 월 매출은 1천500여만 원. 심각한 불황기를 감안하면 30평짜리 소규모에다, 주부가 운영하는 가게치고는 꽤 괜찮은 성적.
"처음부터 판매만 해서 가게가 굴러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판매만 하는 것이 편하죠. 대여는 뒷손이 엄청나게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여 비율을 매출의 절반가량으로 잡아야 영업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
손씨의 예상은 적중했고 현재 정확하게 매출의 절반가량을 대여가 차지하고 있다.
대여는 손님을 끌고 오는 역할도 해 판매증대효과까지 함께 생겼다
대여 영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2003년엔 인터넷 쇼핑몰도 구축했다.
대여의 80%가 전화주문으로 이뤄지는 현상을 파악, 소비자들의 발품을 덜어주기 위해 인터넷 쇼핑몰을 연 것.
"그런데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저희 품목은 아기들이 쓰는 것이기 때문에 '엄청난 수준'의 위생상태가 필요합니다.
결국 변화를 위해서는 적정한 규모의 재투자가 따라야 했죠. 원칙을 정했습니다.
험해졌다고 생각하면 반드시 침대 시트를 갈아서 빌려주고, 우리 가게 주력제품인 아기침대의 경우 프레임까지 교체한 뒤 대여합니다.
"
대여업을 하려면 창고가 필수적이다.
때문에 넉넉한 지하 창고가 있는 가게를 골랐다.
"시작부터 지금까지 영업성적이 꾸준합니다.
경기가 나쁘다지만 큰 굴곡을 겪지 않았어요. 이유요? 간단하죠. 이 일은 제가 가장 잘 아는 분야니까요. 제가 두 아이의 엄마다 보니 아기 키우는 주부들의 욕구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죠. 판매와 대여의 쌍두마차 체제를 갖추게 된 것도 제 경험 덕분이었습니다.
" 053)653-5118.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사진: 헬스·의료기기 판매점 '신화헬스스트림'박창오 대표(사진 왼쪽) 아기용품판매점'베이비랜드' 손효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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