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간의 경찰생활을 마감한 최기문(崔圻文) 전 경찰청장은 요즘 '백수' 의 단맛에 빠져있다.
초대 임기제 청장으로 지난달 17일 잔여 임기를 남겨두고 사표를 던진 그는 "신문·TV도 안보고 잠도 푹 잔다"고 말했다.
조직생활이 아직 몸에 배어 새벽에 눈이 뜨이는 건 별반 다르지 않지만 청사로 출근하는 것 대신 북한산에 오른다고 했다.
최 전 청장은 "시골 촌놈이 경찰총수까지 올랐으니 더 바랄 게 뭐가 있냐"며 "담백한 무욕의 일상이 새삼스럽다"고 털어놨다.
15만 경찰조직의 수장으로서 행복한 퇴장임을 애써 강조한 셈이다.
영천에 국회의원 재선거가 있을 경우 출마할 것이란 설에 대해선 "욕심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설날에도 구설수에 오를까봐 당일치기로 영천에 다녀갔단다.
"어제까지 선거법 단속을 지시한 사람이 얼굴을 내밀어 주위사람에게 부담을 주면 어쩌나"고 말했다.
또 "여권 인사 누구로부터도 출마권유를 받지도, 한 적도 없다"며 "괜한 풍문 탓에 마음고생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전 청장은 갑자기 많아진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생각이다.
얼마 전 일본어 학원에 등록했고, 컴퓨터 학원 수강증도 끊어 놨다.
또 조만간 서울 광화문 인근에 작은 사무실을 내 친구들도 만나고 틈틈이 글을 쓰거나 강연활동도 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임기 석 달을 앞두고 그만둔 것에 의아해하는 이가 많지만 경찰 조직내 경무관과 총경 이하 인사가 다급한 상황에서 새 지휘부가 맡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사의를 표했다"며 "아무리 생각해도 후회 없는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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