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깃발 관광하는 일본인은…

비교문학자가 본 일본, 일본인/한일비교문학연구회 지음/현대문학 펴냄

올해는 한'일 수교 40주년이 되는 해다. 부산에서 일본 쓰시마섬까지 불과 50㎞ 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두 나라의 관계는 상상 이상으로 복잡다단하다. 지리적 밀접성과는 달리 정서적 거리는 멀다. 최근 한류 열풍으로 한국문화배우기 붐이 일본에서 일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일본인들에게는 아직도 식민지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고 있다. 치욕적인 과거사를 떨쳐버리지 못한 우리에게도 여전히 강한 반일 감정이 자리하고 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일본인, 일본문화의 실체는 무엇일까.

그동안 국내에서도 일본'일본인에 대한 책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많은 책들이 일본을 인식함에 있어 이성보다는 감성에 의존하는 사례가 많았다. 단편적이거나 우리의 잣대로 일본을 들여다본 책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일본을 제대로 알려는 시도가 부족한 상황에서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일본과 일본인을 조명한 책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비교문학자가 본 일본, 일본인'은 일본 도쿄대에서 비교문학을 전공하고 우리 대학 강단에서 강의하고 있는 교수들이 일본의 여행과 자연, 영화, 가족, 여성, 근대, 일본인상, 한국관 등을 키워드로 삼아 한'일 문화를 심도 있고 다양한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 비교문학 관점서 조명

일본인의 여행에서 일본인들의 문화와 특성을 잘 읽을 수 있다. 동국대 일문학과 김태준 교수는 특히 깃발 든 사람의 뒤를 따라 다니는 일본인의 독특한 단체 여행 습관에서 그들 문화의 전형과 성격을 찾고 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일본인은 천성적으로 旅(たび'다비)를 즐기는 민족이라는 것이다. 여(旅)는 일본어로 '다비'라고 읽는데 이 말의 어원은 다베(給べ), 곧 신들의 은혜를 구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일본인들의 여행은 몸과 마음을 쉬고 여유를 즐기는 나들이보다는 먹을 거리를 얻기 위해 신들의 은혜와 베푸심을 구하는 길에서 비롯되었다는 해석이다. 김 교수는 일본인의 종교적 순례 전통과 온천의 발달, 연중 여행 풍습, 오락적 대중문화는 물론 생활문화의 특징을 여행을 통해 살펴보고 있어 독자들의 이해를 높여준다.

일본 특유의 단시 하이쿠(俳句) 또한 일본인의 자연과 계절감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문학 양식이다. 중앙대 손순옥 교수는 '일본인의 자연관과 하이쿠'에서 일본 하이쿠(俳句)의 역사, 대표적인 하이쿠 시인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1867~1902)의 작품 등을 통해 예민하게 자연의 변화에 대해 귀 기울이며 살아온 일본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여대 성혜경 교수는 하이쿠와 일본 고전 가면극 '노(能)'의 서양 전파를 소개하고 전통적인 일본 문화를 서양이 어떻게 수용했는가를 보여준다. 하이쿠나 노에서 일상적인 세계와 비일상적인 세계, 순간적인 것과 영원한 것의 교차를 발견하고 심취하게 된 서양인 에즈라 파운드나 예이츠의 경우와 같이 1910년대 서양의 이미지즘에 끼친 하이쿠의 영향을 조사했다.

◇ 한국인에 대한 인식 파악

일본 영화 또한 일본 현대문화의 현상을 읽어내는데 필요한 기제다. 경원대 박진수 교수는 '일본 영화의 문화적 DNA'에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몬'과 원작 소설 '덤불 속'의 상호 보완성을 서술 양식과 시점의 문제 등을 제시하면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상명대 양동국 교수의 논문 '지정학적 특성에서 본 일본 문화'에서는 일본문자 가나를 통해 일본 문화 이해를 시도한다. 가나의 사용으로 일본이 고립에서 문화 개화로 간 사연과 일본 시가문학의 정형화와 중층성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독자의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일본인이 보는 조선 및 한국관에 대한 우리 학자들의 연구다. 남서울대 정응수 교수의 '근세 일본인의 조선관'과 최재철 교수의 '근대 일본인이 본 한국' 논문은 근현대를 보내면서 일본인들이 어떻게 한국사람을 인식하고 평가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임진왜란 이후 화친협정을 맺어 포로를 돌려주고 조선이 재건된 것은 일본의 은혜'라고 주장하는 에도시대 유학자 아라이 하쿠세키를 통해 '경계하면서 사귄다'는 일본의 외교관을 들여다 볼 수 있으며, 경성제국대학 교수였던 아베 요시시게의 서울 체재 견문기를 중심 소재로 일본인이 한국을 어떻게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를 알 수 있다. 268쪽,1만2천원.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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