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TV에서 지난 1987년에 있었던 고문사건을 다룬 프로그램을 보았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당시 고문사건이 이제 중년이 된 피해자들에게 견딜 수 없는 육체적 고통과 극단의 수치심을 안겨준 파괴적 폭력행위였고, 한 개인으로서는 드러내고 싶지 않는 아픈 상흔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장면 장면을 보면서 그 시절 정치적인 상황으로서는 충분히 그랬을 것이라고 믿음이 들었다.
또 개인적으로 친분 있는 사람들이 그 당시 동일하게 그런 폭력 앞에 무방비 상태로 놓여 있었던 상황과 그 일을 지금껏 바로 엊그제 일처럼 기억하고 살고 있기 때문에 고문 가담자의 몽타주를 그렸던 피해자들의 심정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었다.
이 방송을 보면서 '세상 참 좋아졌다.
현역 국회의원을 저렇게 할 수 있다니'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일부 언론은 이런 과정이 어두운 과거에 대한 청산이며 미래를 위해서 겪어야 할 통과의례처럼 논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17년 전 과거를 청산해야만 하는 현재에도 우리는 여전히 일상속에서 이러저러한 폭력적 상황을 수없이 경험하며 살고 있다.
'그때 그 사람들'이라는 영화가 삭제당해야 하는 상황이 그러하고, 눈만 뜨면 개인적 혹은 사회적으로 무수히 많은 사건·사고를 만나는 것도 그렇다.
정작 문제는 어느새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 매우 익숙하며 무감각해질 정도로 폭력적 상황이 일상화되었다는 것이다.
17년 전 사건에 대해 언론들이 시시비비를 논하는 것에 대해서 뭐라 이야기 할 수는 없다.
그 당시 피해자들은 과거가 아니라 여전히 잊혀지지 않는 현재이니 말이다.
하지만 진정 미래를 위해서 어두운 과거가 청산되기를 바란다면 현재에도 일어나고 있는 폭력적 상황에 대해서 동일한 시선과 무게로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17년 후에 또다시 2005년 오늘의 이야기를 과거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다루어야 하는 시간낭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서공동체FM방송국 대표 정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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