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을 맞아 전국의 각 사찰과 불교 신행단체들이 방생대법회에 나선다.
방생(放生)이란 불교의 오계(五戒) 가운데 으뜸으로 꼽는 불살생계(不殺生戒)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모든 생명체를 구제하려는 적극적인 보살행.
대한불교 조계종 대구사원주지연합회는 오는 23일 경주 감포 나정해수욕장에서 1만여 명의 불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정월대보름 달맞이 방생대법회를 연다.
대구사원주지연합회가 지역 불교연합 행사로 주관하는 이번 방생법회에서 불자들은 동해 연안 어종을 구입해 방생하는 의식을 통해 부처님의 자비사상과 생명존중의 가르침을 되새긴다.
불교계의 방생법회는 이뿐만 아니라 각 종단과 교구별·사찰별로 수백, 수천명의 불자들이 동참하는 방생법회를 연중 실시하고 있을 만큼, 방생은 묶여 있고 갇혀 있는 생명을 해방시켜 주는 오랜 불교적 의식이요, 종교적인 관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수많은 불자들의 이같은 보살행의 결과가 과연 석가모니가 설파한 참다운 방생의 의미에 모두 부합하느냐에 있다.
더러는 잘 살고 있는 물고기를 일부러 잡아 다시 풀어주면서 복덕을 비는 의식으로 인식되면서 방생이 본래의 뜻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지도 이미 오래다.
또 방생 장소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수질 등에 적합하지 않은 어종들을 마구 풀어 놓은 것도 문제였다.
이로인해 수중 생태계가 교란되고 먹이사슬이 파괴되는 것은 물론 오히려 하천오염을 야기시키는 일도 적잖았다는 것이다.
지역 불교계의 한 인사는 "'금광명경' 권4의 유수장자품 등 오늘날 방생법회의 원형을 이루는 경전상의 유래를 보더라도 생명 살리기의 참 뜻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현재의 방생의식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한 관계자는 어류 방생만이 아닌 야생동물이나 조류에게 먹이를 주거나 소외된 이웃에 눈을 돌리는 인간방생에 더 주력하는 등 방생법회를 다양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조계사의 백중회향 야생조류 방생법회가 그 한 예이다.
1천600여 명의 불자들이 동물보호협회와 함께 밀렵으로 상처입고 죽어가는 올빼미·부엉이·황조롱이·백로·해오라기 등 야생동물을 구하고 치료한 후 방생해 호평을 받았다.
영남대 문화인류학과 박성용 교수는 "불교계의 방생은 생명중시라는 소중한 메시지를 담은 오랜 종교적 관습이기는 하지만, 오늘날 산업사회에 걸맞는 새로운 실천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불교계에서도 이제는 방생법회가 자연생태계 보존 운동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생물들을 풀어 놓아도 결국 그 생물들이 살아갈 서식지가 파괴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김대희 대구사원주지연합회 신도회장은 "방생법회의 부작용에 대한 지적에 따라 오랜 관행으로 굳어진 어류방생에서 탈피, 자연생태보존운동이나 헌혈, 불우이웃돕기 등 방생의 참다운 의미를 되살릴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서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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