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에 성인오락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오락실 업주들은 "불황 속에 이만한 현금장사가 없다. 하루에 단골 10명 정도만 있어도 수백만 원 수입은 거뜬하다"고 입을 모은다.지난 1월에만 대구시내에서 16개 업소가 새로 개업했다. 초기 자본비용이 적을 뿐만 아니라 창업에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한낮의 성인오락실
21일 오후 2시쯤 대구 서구의 한 성인오락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입구에 먼지가 뽀얗게 쌓인 10여 개의 청소년용 오락기계가 전원이 꺼진 채 방치돼 있었다. 법적으로 청소년용과 성인용 오락기계를 6대 4의 비율로 맞춰야 하다보니 청소년용은 형식상 갖춰놓은 것.
좀 더 안으로 들어가니 코인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한 성인오락실이 나왔다. 둥근 테이블을 중심으로 상품권을 손에 든 손님과 점원이 섞여 앉아 있고, 30개의 '더블윙' 파친코에는 대여섯 명의 손님이 게임기 화면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기본 베팅액 1만 원을 기계에 넣자 코인 50개가 빠져나왔고, 이를 다시 기계에 넣고 오락을 시작했다. 버튼을 한번 누르면 1만원어치의 게임이 자동으로 시작됐다. 포인트는 50점씩 빠른 속도로 떨어졌고 '바(bar)'가 같거나 그림이 일치하면 포인트가 올라갔다. 하지만 5분 만에 1만 원의 게임은 허무하게 끝이 났다.
오후 4시쯤 다른 오락실. '페어 라인'(Pair Line)이라는 파친코 30대를 들여놓은 이곳에는 손님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몇몇 주부들도 눈에 띄었다. 옆에 있는 한 주부는 두 기계를 차지하고 앉아 번갈아 베팅을 하고 있었다. 점원에게 "포인트로 얻은 상품권은 어디서 교환하냐"고 묻자 "가게 밖 상품권 교환소에서 현금으로 바꾼다"고 속삭였다.한 오락실 관계자는 "오후부터 새벽까지 평균 8~10명 정도의 손님만 유지되면 하루 평균 700만~800만 원 정도의 수입이 발생할 정도로 성업 중"이라고 했다.
▲개업 급증
2002년 798개소에서 2003년에는 825개소로 27개소가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불황이 극심했던 지난해에는 939곳으로 114곳의 오락실이 새로 문을 열었다. 일부 청소년오락실도 있지만 대부분은 성인오락실이다.
모 구청 관계자는 "학교에서 200m 이상되는 목 좋은 곳에 적은 비용으로 개업이 가능해 지난 한 해만 이 지역에서 12곳이 개업했다"며 "청소년용과 성인용 오락기계 비율을 맞추고, 영상물등록위원회에 등록된 게임기를 갖추면 손쉽게 창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지역별로는 달서구가 210곳으로 가장 많았고 북구 141곳, 서구 133곳 등이다.
▲기승 부리는 불법 영업
문화관광부는 사행성 조장 게임장에 대한 특별대책으로 '게임제공업소의 경품취급 기준고시 개정안'을 마련, 오는 3월1일부터 시행한다. 이 안에 따르면 현재 성인오락실 상품권은 52종 중 10여 종만 정상적으로 인정된다. 나머지 '딱지상품권'은 모두 환전용일 뿐이다.
현재 성업 중인 대부분의 성인오락실은 법망과 단속을 피해 불법 영업을 하고 있다. 형식적으로 청소년용 오락기계를 갖추고 있지만 청소년 입장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또 일부는 청소년게임장을 버젓이 사무실로 개조해 쓰고 있는가하면, 상품권 중 일부 수수료를 떼고 바로 현금으로 교환해주고 있다. 오락기 기판 조작사례도 허다하다. 지난달 11일 오락기 기판을 조작, 1년여 동안 15억 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로 오락실 주인 황모(70)씨 등 4명이 경찰에 구속되고 11명이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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