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울화통 터지는 ARS…통화는 '별따기'

강모(29·대구 수성구 범어동)씨는 지역 취업박람회 일정을 알아보려고 대구지방노동청에 전화를 걸었다가 울화통이 치밀었다.

전화번호를 몰랐던 그는 우선 114에 문의했지만 "지방노동청 전화번호는 따로 나와 있지 않다"며 전국 통합번호인 '1350'번을 안내받았다.

1350번으로 전화를 건 강씨는 안내를 듣고 선택버튼을 5차례나 누른 뒤 겨우 전화번호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담당자와 직접 연결되지 않아 다시 전화를 걸었고, 결국 2분이 넘는 통화 끝에 세번째 수화기를 들고서야 간신히 노동청 담당자와 통화할 수 있었다.

공공, 의료, 금융기관 등 다중 이용기관들이 민원인 편의를 위해 설치했다는 자동응답(ARS) 전화방식이 오히려 민원인들의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

직접 통화가 불가능한 데다 사용법이 복잡하고, 연결이 잘 되지 않아 기관의 일방적인 이해 타산으로 설치했다는 비난마저 쏟아지고 있다.

ARS의 경우 안내 번호도 많은 데다 안내음성이 빨리 나오기 때문에 자칫 선택을 잘못했을 경우 두세 번 다시 전화를 걸어야 하고 연결되더라도 담당자와 직접 통화를 위해서는 2~5단계 정도를 거쳐야 한다

특히 익숙지 못한 노인들은 이용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데다 이를 모르고 휴대전화로 전화할 경우 비싼 사용 요금까지 지불해야 하는 상황.

국민연금관리공단의 경우 첫 번째 단계부터 상담원 연결 코너가 있지만 실제 상담원과 연결하려면 '상담원이 통화중이오니 기다려 주십시오'라는 말만 되풀이 됐다.

건강보험공단은 오후 6시 이후에는 업무시간 종료로 상담원과의 연결이 이뤄지지 않는다.

각종 카드사와 금융기관은 물론이고 법원, 교도소 등에도 ARS에 녹음된 반복되는 안내음성 뿐, 이리저리 번호만 누르다 시간만 낭비하기 일쑤.

김모씨는 "급하게 물어볼 것이 있어 수화기를 들지만 직원들과 직접 통화하기는 하늘에 별따기"라며 "각 기관에서 안내하는 홍보성 음성처럼 민원인들을 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공단 관계자는 "갑작스레 전화가 폭주할 경우 가끔씩 연결이 지체되는 경우가 있다"며 "최대한 민원인들의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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