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1만 대당 교통사고 발생 세계 1위, 1만 대당 사망자 세계 2위,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세계 2위…. 우리나라 도로 교통사고와 관련한 화려한(?) 성적표다.
'교통사고 1등국'의 오명을 벗고 보행자 중심의 안전한 교통문화 도시를 만드는 일은 불가능한 일인가? 교통질서 문란의 문제점 및 대책 등을 시리즈로 짚어본다.
1. 차에서 내리면 당신도 보행자
이모(34·수성구 만촌동)씨는 최근 대구 수성구 만촌동 대륜고 앞 횡단보도를 건너려다 하마터면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파란 불을 확인하고 횡단보도로 내려서는 순간 승용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급정거한 것. 한동안 멍하게 서있던 이씨는 "파란 불인데 왜 정지하지 않았느냐?"고 운전자에게 따졌다.
하지만 운전자는 "신호가 바뀌었다고 갑자기 뛰어들면 어떻게 하느냐?"며 오히려 큰 소리를 쳤다.
횡단보도가 무시당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 차가 돌진할지 겁난다.
정지신호는 있으나마나다.
보행자는 차량 통행에 방해일 뿐이다.
교통사망사고 상당수가 횡단보도에서 발생한다.
'운전자' 중심의 교통문화는 사고 수치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횡단보도 등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모두 5천158건(사망 187명). 자동차가 보행자를 치는 사망사고는 전체 교통사망사고의 40~50% 선으로 선진국의 2, 3배다.
이 경우 치사율도 5% 선으로 차대차 사고보다 3, 4배 높다.
계명대 박용진(교통공학과) 교수는 "신호등이 있건 없건 횡단보도 앞에선 일시 정지해야 하는 게 원칙이지만 거의 모든 차량, 특히 우회전 차량은 그냥 맘놓고 통과한다"며 "미국은 횡단보도 정지선 2, 3m 앞에 서서 보행자가 마음놓고 지나갈 수 있도록 확실한 의사표시를 한다"고 했다.
자동차가 잘 달릴 수 있는 교통시스템만 공급하다보니 안전문제가 심각하게 대두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영국 등 선진국의 경우 1990년대 초부터 과속방지턱 및 교통섬 설치, 도로 축소 및 곡선, 병목 효과, 지그재그 차로, 일방통행 등을 통해 과속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소통보다는 안전을 최우선하는 보행자 위주의 교통대책이다.
주부 최선주(34·북구 침산동)씨는 "차에서 내려서면 어차피 운전자도 보행자인데 핸들만 잡으면 왜 그렇게 난폭해지는지 모르겠다"며 "최소한 횡단보도에서라도 안전하게 걸어다닐 수 있도록 운전자들이 조급한 마음을 버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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