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년 간 백구의 코트를 휘어잡아온 '무적함대' 삼성화재가 프로배구 개막과 함께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
지난 20일 프로배구 개막전에서 현대캐피탈에 역전패한 삼성화재는 22일 대전 홈 개막전에서 약체 한국전력을 3-1로 꺾고 첫 승을 신고했지만 예전에 보여준 삼성 특유의 '톱니바퀴 배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이날 경기 전 현대에 덜미를 잡혀 의기소침한 선수들에게 "정상에 있다보면 내려올 수도 있는 것 아니냐. 그게 다 사람사는 이치다. 깨끗이 잊어버려라"고 부담을 덜어줬다.
선수들은 홈 팬들 앞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코트에 섰지만 이번에는 '잃을 게 없다'는 한전의 투혼 앞에 힘 한번 써보지 못한 채 첫 세트를 내줬다.
장병철, 이형두, 신진식 등 베스트 멤버들이 고군분투한 끝에 역전승을 거뒀지만 신 감독의 표정은 펴지지 않았다.
신 감독은 "머리에 쥐가 나는 줄 알았다. 한전한테 한방 얻어맞았으면 정신적 충격이 정말 엄청났을 것 같다. 쉽게 이기겠지 하고 나섰다가 큰일날 뻔 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세트 위기 순간에 투입돼 15점을 따내며 해결사 역할을 한 장병철은 "정신적으로나 체력, 감각에서 모두 조금씩 부족한 느낌"이라며 "현대에 복수해야 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만 팀은 전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가대표 주전 세터이자 팀 공격의 출발점인 최태웅이 개막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해 대전에 내려오지 못한 채 재활 중이다.
신 감독은 "회복에 열흘 정도는 걸릴 것 같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상태를 봐가며 27일 현대전 투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까지 삼성화재는 경기가 잘 풀리는 날에는 '무결점' 플레이로 3-0 셧아웃 완승을 밥먹듯이 했던 팀.
그러나 베테랑 3인방 신진식, 김세진, 김상우의 파워가 크게 떨어진데다 팀의 살림꾼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수 조율을 책임져온 석진욱이 부상으로 다음달까지 출전이 어려워 난국에 빠진 상황이다.
공정배 한전 감독은 "베스트 멤버가 아니라지만 삼성이 예전같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몸이 무거워 보였고 그 덕에 우리가 일년 만에 한 세트를 빼앗을 수 있었다"고 평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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