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코시안' 보살필 때다

예천군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강모(47)씨. 강씨는 지난해 46년 만에 노총각 신세를 면했다. 이웃집 처녀는 아니지만 사랑스런 베트남 처녀를 아내로 맞이했다. 다가오는 따뜻한 봄날에는 그토록 그리던 2세도 만날 예정이다. 강씨는 결혼 준비에만 20년을 허비했다. 만난 한국 처녀도 기백명은 됐다고 했다. 하지만 모두 자신이 '농부'여서 등을 돌렸다고 했다.

"고향은 지켜야 하고, 장가는 가야 하고, 외국 아내밖엔 없더군요. 아내와 나이 차가 26세나 돼요. '딸'과 같이 살아요."

강씨는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겨우 가정을 꾸렸지만 또 다른 걱정거리에 마음이 마냥 편치는 않다고 했다.

곧 태어날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주변 사람들의 편견은 없는지, 강씨는 '또 다른 고통'이라고 했다.

가출한 외국인 아내가 남겨둔 4남매를 제대로 키우지 못해 술로 아픔을 달래는 김씨, 가난 때문에 갓 돌이 지난 아이를 필리핀 친정으로 보내야만 했던 이씨, 또래에 비해 우리 말이 늦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베트남 엄마….

너무나 늦은 국제결혼, 가난, 그리고 2세에게 다가올 고통에 농촌의 지킴이들은 울부짖고 있었다. 한편으론 운명이라 생각하고 체념하는 이들도 많다.

강씨는 "외국인 근로자도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지만 한국인의 고향, 농촌을 마지막까지 남아 지키고 있는 우리들은 항상 혼자뿐이다"고 자조했다.

너무나 늦은 나이에 결혼한 농부와 스무 살을 갓 넘긴 외국인 아내, 이들 사이에 태어난 2세, 코시안들을 이대로 놔둘 것인가.

공단을 만들고, 일자리를 늘리고 농가소득을 증대시키는 정책도 분명 농촌을 살리는 길이다. 하지만 최후의 수단으로 국제결혼을 해 2세까지 낳아 기르는 진정한 농촌의 지킴이들은 자신들에 대한 관심이 농촌을 살리는 길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젠 이들을 보살펴야 할 때다. 정부, 지자체, 그들의 이웃 모두가 애정을 가져야 할 때다.

기획탐사팀'이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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