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과 남성다움을 의미하는 소. 동산(chattel)과 자본(capital)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진 소(cattle)는 6천여 년 동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富)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그런 소가 21세기 지구 온난화의 위기를 맞아 요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어 흥미를 끈다.
최근 농촌진흥청이 지난 16일부터 발효된 기후변화협약(교토의정서) 대책의 하나로 '반추(反芻)가축 장내발효 개선'사업을 올해부터 본격 추진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 그 계기가 되고 있다.
반추가축은 소나 염소, 양, 사슴 등 위가 3, 4개인 동물을 말한다.
그런데 바로 이들과 이들을 키우는 축산단지가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주요 물질인 메탄(CH4)과 이산화탄소(CO2) 등을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탓이다.
따라서 농진청은 소들이 방귀나 트림 등을 통해 메탄가스를 얼마나 방출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소의 트림과 방귀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처럼 소가 방출하는 메탄에 대한 연구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메탄의 분자가 이산화탄소의 분자보다 25배나 더 많은 태양열기를 잡아둘 수 있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알려진 탓이다.
미국의 행동 철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자신의 저서인 '육식의 종말'에서 현재 연간 5억t의 메탄이 대기 중에 방출되는데 그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13억 마리의 소들이 내놓는 메탄도 6천만t에 이르러 전체 배출메탄의 12%를 차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이들 13억 마리의 소를 비롯한 전 세계에 흩어진 축산단지에서 나오는 물질은 지구에서 태양의 열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차단하면서 지구의 온실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소가 더워져만 가는 지구에 일조하는 것으로 지목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경우 1파운드(0.45kg)의 쇠고기를 생산하는 데는 3.78ℓ의 가솔린이 소비되고 평균 4인 가족의 1년 소비 쇠고기 수요를 위해 938ℓ가 넘는 화석연료가 필요하고 그 연료는 연소되면서 대기 중에 2.5t의 이산화탄소를 방출한다는 것. 이는 보통 차량이 정상적으로 6개월 동안 운행하면서 내뿜는 이산화탄소와 맞먹는 양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곡물로 키운 쇠고기는 불에 탄 산림, 침식된 방목지, 황폐해진 경작지, 말라붙은 강이나 개울을 희생시키고 수맥만t의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메탄을 허공에 배출시킨 그 결과물이다'라고 단정하기까지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이나 호주 등 소를 많이 키우는 국가들은 교토의정서의 발효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200여만 마리 넘는 소를 키우는 우리나라보다는 전 세계 쇠고기 생산량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1억 마리가 넘는 소를 사육 중인 미국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 느껴야 할 입장이다.
온실가스 최대 배출 국가인 미국이 2001년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한 뒤 아직 가입 않고 배짱을 부리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 농진청의 사업은 발 빠른 조치로 주목받을 만하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적용되는 의무감축 대상국에 포함돼 있지 않은 상황인데도 말이다.
사실 그동안 각 국은 쇠고기 소비량의 증가에 따라 소사육 두수를 늘려왔고, 해마다 소 사육을 위한 사료재배와 방목장 조성에 따라 그만큼 자연환경이 파괴되는 결과를 낳았다.
쇠고기 소비증가는 유럽을 중심으로 한 육식문화가 미국 등 아메리카 대륙의 식민지화(植民地化)와 함께 전파되면서 가속화됐다.
이에 따라 전 지구적으로 거대한 축산기지가 만들어졌고, 지구의 4분의 1 정도가 소나 다른 가축들의 방목지로 쓰일 정도에 이르렀다.
남미 아마존을 비롯한 지구촌의 많은 밀림들이 불 타고 훼손된 것도 쇠고기 소비에 따른 축산기지의 확장과 지구촌의 축산기지화에 따른 현상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어느 국가보다도 더 많은 책임을 져야함에도 불구하고 '더워지는' 지구를 구하려는 눈물겨운 인류의 노력에 발을 빼고 있는 미국의 또다른 패권주의가 씁쓸할 뿐이다.
사회2부장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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