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국의 거짓말

제임스 로웬 지음/ 갑인공방 펴냄

#사례 1=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동성애자가 있다?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1856년 대통령에 오른 제15대 대통령 제임스 뷰캐넌은 동성애자였다. 그는 워싱턴에서 민주당 상원의원으로 지낼 당시 앨라배마 주의 민주당 상원의원인 윌리엄 루퍼스 킹과 동거를 했다. 항상 붙어다녀 '샴쌍둥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두 사람의 관계는 1853년 킹이 세상을 떠날때까지 계속됐다.

#사례 2=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기념비의 주인공이 된 사람은 누구일까.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도, 노예해방선언을 한 에이브러햄 링컨도 아니다. 남부연합의 기병대장이자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단체인 KKK단의 창시자인 네이선 베드포드 포레스트다. KKK단은 미국에서 최소한 50개의 기념비와 기념물, 사적지를 통해 찬양되고 있다.

과거사 청산은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화두다. 친일과 반공, 군부 독재로 얼룩졌던 지난 세기의 그늘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깊게 드리워져 있다. 아직 과거의 족쇄에서 자유롭지 못한 기득권 세력은 역사의 나침반을 제자리로 돌리려는 시도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자국 민주주의의 우월성을 자랑하는 미국은 자신들의 과거에서 자유로울까. 아니다. 신교도에 앵글로 색슨 족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주류 사회는 백인우월주의와 남성지배주의로 점철돼 있다. 미국 역사의 중심은 오로지 백인이며 인디언은 '야만인', 흑인들은 '노예'의 신분을 여태껏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자들과 동성애자는 아예 논의의 대상에서조차 제외된다.

'미국의 거짓말'은 미국의 역사 왜곡 현장을 낱낱이 파헤친 르포다. 이 책은 1994년부터 1998년까지 미국의 가장 서쪽에 자리 잡은 알래스카에서 가장 동쪽에 위치한 메인주까지 미국 전 국토에 걸쳐 있는 역사적 기념비, 동상, 가옥, 요새, 선박, 기념물, 현판, 사적지 등 역사와 현장이 결합된 95곳의 사적지를 둘러보며 미국이 어떻게 역사를 비틀고 거짓을 퍼뜨려 왔는지 폭로한다.

미국 역사 서술에서 가장 심각한 왜곡 현상은 인종 차별이다. 역사적 기념물을 세우는 것도, 역사를 기록하는 것도 백인들이기 때문이다. 원주민 인디언들과 흑인들은 동상 속에서 항상 백인 아래 무릎을 꿇고 있는 자세로만 묘사된다. 하지만 인종 차별에 앞장섰던 백인들의 잔혹한 행위와 채찍과 사슬을 휘두르며 노동력을 착취했던 백인들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아이다호 주 앨모에는 300여명의 백인들이 1861년 서부로 이동하던 중 인디언들의 습격을 받아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기념비가 서 있다. 서부개척 역사상 가장 소름 끼치는 사건을 기념하는 이 비에는 단 한가지의 문제가 있다. 바로 그런 사건이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앨모의 대학살 기념비는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조지 워싱턴이 미국을 위해 한겨울에 눈물을 머금고 기도한 곳으로 유명한 필라델피아의 밸리 포지도 마찬가지. 조지 위싱턴은 생전에 이곳을 한번도 다녀가지 않았다. 허황된 거짓 역사를 유포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너무나 많은 기념비들이 결코 기념해서는 안될 인물들을 영웅으로 찬양하고 있으며 진실을 은폐하고 백인과 남성우월주의를 퍼뜨리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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