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주 장수 감나무 보호수 지정을"

"장수 감나무를 보호수로 지정해주세요."

전국 제일의 곶감 산지인 상주지역에는 수령 200년이 넘는 감나무가 즐비하지만 보호수가 한 그루조차 없어 농가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임금님 진상용 곶감을 생산하던 상주지역에는 외남면 소보??흔평리, 신상리 일대에 수령 300년 안팎의 장수 감나무들이 즐비하다. 200년 이상 된 감나무만도 줄잡아 50여 그루가 넘고 둘레와 키 등 보호수 지정에 적합한 나무만도 10여 그루에 이른다.

그러나 수령과 크기에서 다른 지역을 압도할 만한 감나무를 보유하고도 경북엔 보호수가 없다. 전국에서 보호수로 지정된 감나무는 모두 14그루(전남 9·경남 5그루)로 이 가운데 5그루는 수령이 200년도 안 됐다.

특히 경북에는 곶감용으로 가장 적합한 상주 '둥시'를 비롯해 의성의 '사곡시', 경산과 청도의 '반시', 고령의 '수시', 예천의 '은풍준시' 등 명성 높은 감나무 품종들이 많다.

조선 예종 실록에는 예종이 즉위한 1468년 11월에 상주 곶감이 진상됐다는 기록이 있고 영조때 학자 식산(息山) 이만부(1664~1732) 선생의 문집과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상주를 비롯한 경북지역의 곶감이 좋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상주시 외남면 소은리 송골 김영주씨 소유의 감나무(사진)는 수령 300여 년으로 가슴높이 나무 둘레가 3m에 이른다. 오랜 세월 두 갈래로 갈라져 마치 두 그루의 나무가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김씨는 "해마다 감 5천여 개를 딸 정도로 우수한 나무이지만 우리가 떠나고 나면 누가 고령 감나무들을 돌보고 우수품종을 계승발전시키겠느냐"며 보호수로 빨리 지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상주시 화남면 소곡리 남경희씨 소유의 300여 년 된 감나무는 '고종시'(사진)라고 불린다. 이 나무에서 딴 감으로 생산한 곶감이 조선 말 고종 황제에게 진상됐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이 나무를 비롯해 외남면 일대에는 조선시대 임금님께 진상된 것으로 알려진 고령의 감나무들이 수두룩하다.

이 같은 고령 감나무들이 고사할 위기에 직면하면서 주민들은 보호수 및 천연기념물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청도군은 지난해 이미 반시 원종 살리기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으며 상주시도 지난해 말부터 보호수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도 농업기술원 상주감시험장도 현장 답사와 고령 감나무들의 수령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

경북도농업기술원 상주 감시험장 송인규 연구사는 "배·사과·밤 등 대부분 과수목들은 100년이 넘는 것을 찾아 볼 수 없지만 상주 외남지역 감나무는 보통 200년 이상 된 것으로 보인다"며 "곶감의 고장인 상주의 특화산업과 별도로 소중한 자연 유산적 가치로도 보호수 지정이 시급하다"고 했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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