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코시안 가정 위로잔치…타국살이 시름 웃음꽃

25일 늦추위가 매서운 경북 봉화의 산골마을은 모처럼 사람 사는 동네 같았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열린 봉화군에 사는 국제결혼 부부초청 위로잔치. 필리핀, 중국, 태국, 베트남, 일본 등에서 온 여성이 아내인 부부 60여 쌍과 자녀 20여 명은 봉성면 우곡2리 마을회관에서 벌어진 잔치에 모여 서로의 얼굴을 익히느라 시끌벅적했다.

외국인 주부들은 자연스레 모국 사람끼리 몰려 앉았다. 낯선 타국살이에서 오랜만에 또는 처음으로 만난 터라 저마다의 모국어로 얘기꽃을 피우느라 남편과 아이들도 잊고 있었다.

베트남에서 시집온 일로나이 에스골(29)씨는 "같은 나라에서 시집 온 사람이 어디 살고 있는지 몰랐는데 이렇게 만나게 해줘 너무 고맙다"면서 감사해 했고 남편 강녹원(44)씨는 "고국 사람 만난다고 아침부터 들떠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모인 외국인 부인들은 첫 만남이었지만 모임도 만들고 각 나라별로 서로의 연락처를 주고 받고 하느라 위로잔치가 아닌 이산가족 찾기 현장 같았다. 고국 사람들이 너무 반가왔던 탓이다.

코시안(2세)들도 소란스러웠다. "오징어가 제일 맛있다"는 2세 김모(8·봉화읍)양은 아빠와 엄마(일본)는 찾을 생각도 않고 금방 사귄 친구들과 노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다.

잔치에는 봉화군청 김순교(46·여)씨와 우곡2리 부녀회원들이 도우미로 나섰다.

이들은 떡국을 나르고, 부족한 음식을 채우며 넉넉한 인심을 전했다. "동남아 색시들에게 친정 어머니처럼 해주고 싶어 자리를 마련했다"는 강복순(53) 봉성면 새마을부녀회장은 "이렇게 뜻깊은 자리가 될 줄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류인희 봉화군수는 "이국 땅에서 언어장벽, 편견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제결혼가정에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시급한 병원문제는 보건진료소를 통해 해결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봉화·마경대기자 kdma@imaeil.com

사진설명 : 낯선 땅 봉화군으로 시집 온 동남아 주부들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외로움을 덜었다. 코시안 들도 모처럼 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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