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장 등 기관장 직인과 공문서를 위조, 높은 장애인 등급으로 등록해 수당을 받다 지난 24일 상주경찰서에 구속된 장애인 안모(48·상주시·본지 25일자 30면 보도)씨의 굴곡된 삶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허술한 행정'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안씨가 장애인이 된 것은 지난 98년 경남 창원에서 교통사고로 지체장애 4급 판정을 받으면서. 한쪽 다리가 불편해진 안씨는 생활고에 아내 가출, 노모 봉양 등 어려운 상황을 맞아 2002년 고향 상주로 돌아와 농사를 지었으나 어렵기는 매 한가지였다. 이에 장애등급을 올려 장애인 수당을 받아 보려고 했던 것. 안씨는 "농사를 짓고 있지만 생활이 너무 어려워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며 "장애인이 이 사회에서 일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되냐"고 고개를 떨궜다.
안씨는 지난해 2월 이화여대 서울목동병원장 직인을 위조, 장애인 등록서류를 만들어 상주시 함창읍 사무소에 제출, 3급으로 등록한 뒤 같은해 11월 주소를 문경으로 옮기고 같은 방법으로 서류와 직인을 위조해 문경에서 2급으로 등록했다. 4차례 장애인 수당(24만 원)도 받았다.
특히 안씨는 2급 판정 진단서 위조 과정에서 행정기관이 장애사유를 물을 것에 대비, 서울북부경찰서장 직인과 교통사고 처리 확인서를 위조하고 이를 문경경찰서에서 전산 대조한 것으로 꾸미려 문경경찰서 민원실 직원 도장까지 새겨 확인한 것처럼 했다.
안씨는 지난해 12월 길에서 주운 최모(66·상주시 낙양동)씨 주민등록증을 이용해 다시 목동병원장의 위조 진단서를 첨부, 지난달 4일 상주시 남원동사무소에 장애인 등록을 했고 이를 숨기려 최씨의 주소를 공검면으로 옮기기도 했다.
행정기관은 이 과정에서 장애인등록 업무의 허술함을 드러냈다. 안씨는 "행정기관 업무 담당자는 대부분 복지사이고, 장애인들에 대해 호의적이라는 점을 이용했다"며 "경찰서장과 병원장 직인은 도장방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씨의 위조행각은 심지어 고등학교 학적부 위조를 통한 대학입학까지 가능케 했다. 지난해 동생 학적부를 발급받아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위조해 같은해 모 대학에 제출, 1년간 다니기도 했다.
상주경찰서 김용태 수사과장은 "위조한 직인과 진단서 등으로 또 다른 범행을 저질렀는지 수사 중"이라며 왜곡된 안씨의 인생에 안쓰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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