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계화'라는 단어에 익숙한 세상에 살고 있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생소한 단어였지만 지금은 평범한 말이 되어버렸다.
아마 '세계화'란 말이 갖는 의미는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고 주체성을 확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무조건 세계의 흐름을 좇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국제사회에 심어나가는 것이 바로 세계화라고 생각한다.
서양음악은 그동안 한국에서 눈부시게 성장 발전해왔다.
이제는 이런 한국화된 서양음악을 다른 나라들에 역수출해 그 음악 속에 담겨 있는 우리의 정서나 문화를 세계에 알려야 할 시점이다.
이는 세계화 시대에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한 예로 지난 해 서울의 모 오페라단이 체코 프라하에서 '카르멘'을 성공적으로 공연했는데, 한국 음악인들이 주역을 맡아 체코 현지 오케스트라와 합창단과 공연, 호평을 받았다.
또 이탈리아에서 오페라 '이순신'을 공연한 지방의 한 오페라단은 이탈리아 성악가와 한국 성악가들을 주연으로 캐스팅해 공연하기도 했고, '춘향전'과 '심청전'이 미국이나 일본 등지에서 큰 박수를 받은 바 있다.
이제 한국의 음악인들은 세계를 향하여 뻗어나가고 있다.
최근 내한한 독일의 유명한 오페라 연출가인 볼프람 메링은 "음악의 본고장인 독일·이탈리아의 크고 작은 오페라극장을 한국인 주역가수들이 장악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음악적 기량이 세계에 인정받게 되면서 점점 더 좋은 무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한국에 뿌리내린 서양 음악을 역수출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에서의 서양음악이 발전·성숙해져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함께 즐기려는 것이 요즘의 추세다.
이 같은 흐름을 잘 포착해 우리만의 소재를 현대의 어법과 생활 감각에 맞는 양식으로 창작해 다른 나라에 오페라를 수출한다면,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가 세계에 알려지는 길이기도 하다.
이영재(계명대 성악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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