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해안 해변 모래가 사라진다

해변가선 깎이고 항구 밑엔 쌓여

해양 환경변화로 동해안 일부 지역에서는 모래가 송두리째 사라지는 침식현상이 빚어지고 어떤 곳은 모래가 산더미처럼 쌓이는 퇴적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동해안 주민들은 모래유실을 막기 위해 마대를 쌓는 등 힘겨운 노력을 하고 있다.

◇침식현장=울진군 죽변면 봉평리 봉평해수욕장 인근 해안가 경우 수년 째 침식현상으로 폭 20~30m에 이르던 백사장이 2~3m로 좁아졌다. 특히 지난해 여름부터는 횟집건물 기둥이 드러나 울진군이 마대쌓기로 응급조치에 나섰지만 높은 파도에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울진군 후포면 금음리 금음 간이 해수욕장 인근 백사장 2㎞도 모래 유실이 빠르게 진행 중이며 수년 전 울진군이 설치한 간이화장실까지도 붕괴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포항 송도해수욕장 백사장은 포항제철소 가동 전 폭이 평균 70~80m에 이르렀으나 지금은 평균 20~30m에 불과한 실정이며 해수욕장 기능을 거의 상실했다. 구룡포 삼정 해수욕장 역시 백사장 면적이 줄어 지난해부터 해수욕장 인근 해상에 콘크리트 삼발이를 설치하는 등 모래유실 방지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또 구룡포읍 하정리 일대 등은 지속적인 모래유실로 해변이 자갈밭으로 변하고 있다. 영덕군 병곡면 백석리는 해안가를 지나가는 7번 국도 턱 밑까지 파도가 차면서 시설물 일부가 유실되기도 했으며 남정면 남호해수욕장도 모래 침식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퇴적피해=후포항과 후포 4리 갓바위를 연결하는 북방파제 외항에 수년 전부터 모래가 쌓이면서 조그만 파도에도 바닷물이 방파제를 넘어 도로변이나 주택가로 유입, 교통사고와 보행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사동항의 경우 해류로 모래가 쌓여 어선들이 출입에 장애를 받고 있다. 1999년12월 '얕은 수심을 감안 않고 입항하던 선박이 파도에 중심을 잃어 선원 2명이 바다에 추락했다. 근남면 동정항과 평해읍 직산항도 마찬가지다.

◇원인=전문가들은 항만 건설 등 해양개발과 구조물 설치, 육상 골재 채취 및 준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대한토목학회 해양 및 항만위원회 측은 "방파제 · 호안 등 고정구조물 설치는 직접적인 모래 이동을 저지할 뿐만 아니라 굴절 · 반사 등 파도 및 파도 흐름의 변화에 따른 모래이동을 유발, 침식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회 측은 어항, 도류제 등 해안 구조물과 바닷모래 준설 및 토사채취 등도 해양 환경 변화의 한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포항 송도 해수욕장 백사장은 포항제철소 건설로 인한 형산강 하구의 직선화, 포스코 해양투기장 확장, 구항건설 등으로 모래가 사라졌다는 게 조사결론이었다.

◇대책은=바다는 계절적 조류나 구조물 등에 의해 변화가 심한 탓에 특별한 해법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정부와 학계, 지자체 등은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근본적인 예방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막대한 사업비 부담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심각하게 진행 중인 해안 침식현상의 과학적 규명과 침식방지 대책을 위해 연안침식 모니터링 체계를 2003년부터 구축하고 있다. 또 올해는 울진 봉평 등 6개 지역 백사장(해수욕장)에 추가로 모니터링을 구축, 전국 14개 지역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영덕·최윤채기자 cycchoi@imaeil.com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imaeil.com

사진:울진의 한 바닷가 식당이 급속한 모래 유실을 막기 위해 마대를 쌓아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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