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맛보기-(3)언제 어떻게 시작할까

▲조기 외국어 교육 실태

많은 학자들이 언어는 유아기나 어린 시절에 배우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여기에 이끌려 많은 학부모들이 조기 외국어 교육을 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태교부터 외국어 교육을 시작하기도 한다. 태어나자마자 들려주는 외국어 테이프, 외국어로 된 장난감, 4, 5세부터 다니는 고가의 외국어 전문 유치원, 외국어 학원과 학습지 등 수많은 프로그램 사이에서 학부모들은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다.

저명한 언어학자 촘스키(Chompsky)는 인간은 태어날 때 언어습득장치(LAD: Language Acquisition Device)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LAD가 1~6세 때 가장 왕성하게 작용하므로 어린이가 언어 환경에 자연스럽게 노출된다면 몇 개의 언어라도 모국어와 같이 쉽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LAD는 사춘기가 되면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어 외국어 교육을 LAD가 사라지는 사춘기 이전에 실시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모국어 외에 상용적으로 쓰이는 외국어가 없는 환경에서 외국어에 대한 무리한 조기교육이 아이들의 모국어 습득과 언어장애를 가져오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시기별 중국어 학습법

그러면 우리 환경에 적합한 외국어교육, 여기서 말하려는 중국어 교육은 언제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중국어교육도 좀 더 일찍 시작하는 게 좋다는 데는 별 이견이 없으나 주의할 점이 많다.

4~6세 정도의 시기에는 발음과 중국어 단어 위주의 학습을 해야 하며, 이런 단어들을 이미지와 연상시켜 학습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한자는 표의문자로 우리의 우뇌에 이미지로 인식되기 때문에 언어뇌인 좌뇌와 더불어 우뇌를 발달시키므로 두뇌 발달에 더 좋은 효과를 가진다.

이 시기 아이들의 뇌는 스펀지와 같아서 어떤 것을 입력하더라도 쉽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아이가 조금 더 잘 하고 남보다 뛰어나길 바라는 부모의 욕심이 드러나는 순간 아이들은 거부감을 갖고 급격히 학습에 흥미를 잃어버린다. 따라서 모국어처럼 지속적으로 들려주고 꾸준히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9~11세 정도의 초등학생들이 중국어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4~6세와는 약간 다른 형태의 학습법이 필요하다. 이미 아이들은 한자에 많이 노출돼 있다. 한자를 모른다고 해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말 중에 한자어가 많다는 사실을 일깨워줄 필요가 있다.

수입교재의 경우 우리 아이들이 모르는 외국의 환경이나 흥미가 떨어지는 내용이 많아 학습 의욕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실제 상황을 중심으로 아이들의 생활과 밀접한 회화 위주의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일 일어나는 생활 속의 언어를 배우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계기가 되므로 학습 효과도 높일 수 있다.

이 시기에는 또 우리가 흔히 쓰는 한자어를 중국어의 한자와 연결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오늘 학교에서 중국어 회화 수업 시간에 주제발표를 했다"라는 문장에서 '학교, 중국어 회화 수업, 시간, 주제발표'는 우리말 속에 녹아있는 한자어이다. 이 한자어들은 중국어의 단어와 거의 똑같게 사용되므로 이런 내용들을 잘 연결시켜 준다면 아이들은 많은 단어를 쉽게 익힐 수 있다.

13~15세 정도가 되면 언어뇌는 고착돼 더 이상 모국어와 같은 수준으로 외국어를 배울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외국어 학습은 회화와 문법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좀 더 의식적인 학습형태로 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학습 패턴 정립

사람에 따라 외국어를 배우는 시기는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공통점이 있다면 지나치게 공부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평가 목적으로 학습하게 되면 어학을 잘 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기 쉽다는 사실이다. 더 쉽고 재미있으며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학습해야 한다. 각 시기에 맞게 교재와 프로그램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무리하지 않고 꾸준하게 학습할 수 있도록 생활 패턴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음악이나 미술학원에는 아이들을 3, 4년씩 보내고도 그 효과나 성취도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외국어 교육에서는 몇 달 혹은 1, 2년 사이에 실력을 검증하려 든다.

학부모는 보조자의 입장에서 항상 아이의 학습에 관심을 갖고 주 2, 3회 이상 지속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고 공감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중국어는 우리말의 한자어와 연결시켜 공부할 경우 중국어뿐만 아니라 우리말의 어휘 향상과 의미 파악, 언어 사용의 고급화를 가져다준다. 또 두 언어 간의 밀접성을 깨달으며 공부하게 되므로 중국어의 구조도 쉽게 이해하게 돼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정운수(라이라이 중국어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