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이미 폭스, 오스카 남우주연상 '인생역전'

소울 음악의 대부 고(故)레이 찰스의 일생을 그린 '레이'에서 레이 찰스 역으로 열연한 흑인배우 제이미 폭스가 유력한 경쟁자였던 '에비에이터'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제치고 제77회 아카데미 영화상 남우 주연상을 차지했다.

그의 이번 수상은 1963년 '들에 핀 백합'의 시드니 포이티어, 2002년 '트레이닝 데이'의 덴젤 워싱턴 이후 흑인 배우로는 세번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이다. 한편 이날 남우조연상 역시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흑인 배우 모건 프리먼에게 돌아가 아카데미가 이제는 '인종의 벽'을 완전히 허물었음을 느끼게 했다.

폭스는 무대에 올라 생전에 레이 찰스가 했듯 "오~"를 리드미컬하게 선창하며 객석이 따라하도록 유도했다. '레이'와 함께 '콜래트럴'로는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라 여러모로 기쁜 날을 맞이한 그는 수상 소감에서 "어려서 처음으로 연기 지도를 해주신, 지금은 하늘에 계신 할머니께 너무 감사드린다. 오늘밤 할머니를 뵙고 싶다"며 감격에 울먹였다.

1967년생인 폭스의 연예계 데뷔는 스탠딩 코미디였다. 클럽 무대를 거쳐 91년부터 94년까지 '리빙 칼러(In Living Color)라는 TV쇼에 이런저런 역으로 출연한 그는 이 시절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흉내를 잘 냈다.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도 자신의 이름을 내건 TV쇼 '제이미 폭스 쇼'에서부터. 숱한 고생 끝에 바닥에서 탈출한 그는 이 쇼에서 노래 작곡 시나리오 연출 등 1인 다역을 하며 물 만난 고기처럼 재능을 뽐냈다.

와중에 간간이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했던 그는 1999년 '애니 기븐 선데이'에 미식 축구 선수로 출연하며 배우로서도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고 이어 '콜래트럴'에서 톰 크루즈와 호흡을 맞추며 국내에도 이름을 알렸다.

이렇듯 연기자로서 한 계단 한 계단 차근차근 밟아온 그는 '레이'에서 드디어 생애 다시 올 수 없는 기회를 만난다.

폭스가 '레이'에 캐스팅될 수 있었던 것은 타고난 음악 감각 덕이다.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배운 그는 피아노를 특기로 대학에 입학할 정도로 재능을 보였다. 여기에 코미디언 시절 다진 천부적인 순발력에 흑인이라는 장점(?)으로 시각 장애 가수이며 연주자인 레이의 겉모습을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재현할 수 있었다.

그는 '레이'에서 고통과 환희가 뒤섞인 레이의 내면까지 인상적으로 펼쳐냈다는 평을 받으며 아카데미에 앞서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뮤지컬/코미디 부문)을 수상했다.

클럽 스탠딩 코미디언에서 출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까지 거머쥔 흑인 배우 폭스의 인생역전은 바로 '아메리칸 드림'이다. (연합뉴스)

사진 : 제77회 아카데미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제이미 폭스가 환호를 지르며 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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