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2·28 민주운동' 45주년

''백만 학도여, 피가 있거든 우리의 신성한 권리를 위하여 서슴지 말고 일어서라. 학도들의 붉은 피가 지금 이 순간에도 뛰놀고 있으며, 정의에 배반되는 불의를 쳐부수기 위해 이 목숨 다할 때까지 투쟁하는 것이 우리의 기백이며, 정의감에 입각한 이성의 호소인 것이다'. 1960년 2월 28일 낮 12시 55분, 경북고 학생부위원장 이대우 등이 조회단에 올라 격앙된 목소리로 결의문을 읽자 흥분이 고조된 학생들은 함성을 지르고 박수를 쳤다. 반독재의 횃불은 이처럼 대구에서 처음 불타올랐다.

◇ 이 불길은 민주당 장면 후보 강연 참석을 막기 위한 일요일 등교 명령 항의로 촉발, 경북대사대부고·대구고'대구상고'대구농고'대구공고'경북여고'대구여고로 번졌다. 대구는 곧 1천200여명 학생들의 '민주화 함성' 도가니로 변했다. 이때는 발췌 개헌(1954), 사사오입 개헌(54), 진보당수 처형(58) 등 자유당 정권 실정에 분노하고, 대통령 선거(3'15)가 다가온 시기였다.

◇ 2'28 운동은 고교생들이 주체이고, 계획적 조직 시위의 민족운동 요건을 갖춘 학생운동이었다. 우리 역사상 6'10 만세 사건, 광주 학생운동에 이은 의거로 전후 학생운동의 효시가 되기도 했다. 특히 4'19 혁명의 도화선으로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었으며, 한일 수교 반대와 그 이후 민주화 운동에 큰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 오늘은 2'28 45주년을 맞은 날이다. 기념사업회는 오늘 두류공원에서 기념식을 열었으며, 어제는 2'28 기념 중앙공원에서 김윤식 시인의 시비 '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까닭' 제막식과 청소년 음악 공연을, 25일부터는 역사의 현장 사진전을 갖는 등 다채로운 행사들을 펼쳤다. 그간 '횃불'지 속간, '2'28 민족운동사(전 3권)와 문집 발간, 글짓기 공모 등을 해온 데 이어 기념관(역사관) 건립 등을 추진할 움직임이다.

◇ 놀랍게도 이 기념사업회는 회원만도 2만3천 명이 넘는다. 그러나 2'28은 4'19에 가리고 국가 차원에서는 다른 민주운동들과 달리 그늘에 묻히는 감이 없지 않다. 일찍이 김윤식 시인은 '아아 우리들의 태양이 이글거리는 모습'이라며 '썩어가는 겨레의 가슴 속에서/한 송이 꽃으로 향기로울 것이니'라고 노래했다. 2'28의 숭고한 정신이 제대로 평가되고 새롭게 조명돼 청사에 길이 빛날 수 있어야만 하리라.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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