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낮 대구 달서구 세인트웨스튼 호텔. 중국 강음시에 대한 투자설명회가 열린 이 곳은 북새통을 이뤘다
200석 자리가 마련됐지만 의자가 모자랐다.
의자는 통로에도 놓였고 이마저도 사람들로 금방 채워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기업인들은 "심각한 내수부진에 빠진 우리나라 기업인들에게 중국이 기회의 땅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며 "국내 산업 공동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대구·경북 기업들의 대 중국 투자는 갈수록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한국기업? 중국기업?= 올해 차부품업체인 에스엘이 자사 해외생산기지 가운데 최대 규모가 될 중국 옌타이 공장을 준공한다.
경창산업 역시 상반기 중 강음에 공장을 착공할 예정. 동원금속공업은 상하이 공장을 완공, 상반기 중 양산에 들어간다.
역내 차부품업체 중 1차밴드 대다수가 중국 공장을 갖고 있으며 대형업체는 평균 2, 3곳씩 운영하고 있다.
구미 전자부품업체들의 중국 진출도 빨라지고 있다.
구미 상의에 따르면 구미 전자업계에서만 지난해 상반기까지 무려 124건의 중국 생산기지 설립이 이뤄졌다.
구미에선 대기업의 중국행 속도가 빠르다.
LG전자는 중국을 '제2의 디지털TV 연구·개발기지' 로 만든다는 목표 아래 난징의 PDP모듈 공장(LGENP)과 모니터 공장(LGENT), 장쑤성의 노트북 공장(LGEKS), 디지털AV 제품을 생산하는 상하이 법인(LGESH) 등 중국 내에 14개 법인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도 중국에 휴대전화 생산업체인 톈진 삼성텔레콤테크놀로지법인, 쑤저우법인(세탁기·냉장고), 산둥법인(통신교환기), 톈진둥관법인(컬러TV) 등 모두 8개 공장을 진출시켜놓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대구·경북 제조업체의 중국 투자건수는 매년 두자릿수 상승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에만 해도 대구지역 제조업체가 63건, 4천100만 달러를 중국에 투자했고 경북지역 제조업체도 58건, 1억4천900만 달러를 중국으로 보냈다.
◇국내는 더이상 장사 안돼= 강음시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기업인들은 "국내는 너무 힘들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성서공단내 휴대전화부품 제조업체 (주)오리온코리아 관계자는 "국내에선 이미 인건비 등 제조원가 상승으로 제조업체는 채산성을 맞추기 힘들어졌다.
더 넓은 시장을 찾아나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염료제조업체인 천보화학 이용환 대표는 "국내 섬유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을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다"라고 했다.
이날 투자설명회에 나온 사람들은 "우리나라엔 규제가 너무 많다"며 '공장 부지 몇 평, 사람 몇 명'이라고 말만하면 시 관계자가 직접 나서 두 달 안에 공장을 만들 수 있도록 해준다는 중국측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한국수출입은행 탁세령 동북아팀 과장은 "국내 제조업의 중국 진출이 갈수록 늘고 있고 앞으로 더 나갈 것"이라며 "시장을 찾아 떠나는 것은 필연적 현상이며 국내 일자리 총량의 감소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조심스러운 중국= 정수처리기계를 만드는 한남수기 한명교 이사는 "최근 강음시에서 우리 회사와 합작투자로 상수처리시설 설치의뢰가 들어왔다"라면서 "하지만 중국 측에서 시설투자 뿐만 아니라 운영까지 공동으로 하기를 원해 '기술유출'을 걱정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미 중국에 진출한 한 섬유업체 관계자는 "투자를 제안할 때엔 시정부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지만 막상 기반이 잡힌 후에는 행정기관 사람들이 잘 만나주지도 않고 금융제재 등을 가하며 홀대하는 등 사후관리가 전무하다"라며 "투자매력은 있지만 아직 사회주의 국가여서 통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시에서 사업을 승인해도 성정부가 반대하면 사업추진이 좌절된다.
토지가 국가소유여서 공장 개설 중에 중국 당국과 문제가 생기면 투자금을 고스란히 날릴 위험이 있다"고 충고했다.
때문에 최근 동남아로 방향을 돌리는 역내 기업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 무역업체 관계자는 "중국 사람들의 자존심을 존중해야 하는 등 중국 문화를 먼저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며 "못사는 나라라고 인격을 무시하면 그 자리에서 사업은 끝난다고 봐야 한다.
젊은 엘리트들에게 친해졌다고 실수로 말을 놓거나 무시하는 발언을 하면 당장 공장을 철수해야 할 정도로 예절을 중시하는 나라가 중국"이라고 했다.
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이재교기자 ilm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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