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11시께 부터 KT 시내
전화가 최고 5시간 가량 불통된 대구지역은 휴대전화간 통화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
든 통신이 한때 두절돼 마치 원시시대를 방불케 했다.
시민들은 갑작스런 전화 불통에 처음엔 의아해 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통신 두절
상황이 3시간에서 5시간까지 계속되자 분통을 터뜨렸다.
더구나 KT측에 문의 전화를 하려해도 전화가 되지 않아 일부 시민들은 직접 인
근 KT 지점을 찾아 문의를 하거나 항의를 하기도 했다.
특히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는 만기 수표 및 어음에 대한 입금 및 교환요청이 제
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뜻하지 않은 부도사태 우려마저 낳는 등 대혼란을 야기했다.
모 은행 관계자는 "잔고가 없는 고객들과 전화통화가 안 돼 휴대전화를 걸고 있
지만 연락이 안되는 곳이 많고 수표나 어음을 받은 상대은행에 대해 교환연장을 걸
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폰 뱅킹 등 전화를 통한 금융 서비스도 차질을 빚었다.
자영업을 하는 이모(62.대구시 수성구)씨는 "이날까지 갚아야 할 돈이 있어 폰
뱅킹을 이용하려다가 잘 안 돼 직접 은행을 찾아야 했다"면서 "가뜩이나 바쁜데 시
간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경북 경주에 사는 주부 유모(36)씨는 "급한 일로 대구에 사는 친지에게 시외전
화를 계속 걸었으나 '이용자가 많아 전화를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자동응답 음
성만 흘러 나왔다"며 "휴대전화가 없는 친지라서 연락할 도리가 없었다"며 난감해
했다.
화재나 강.절도를 비롯한 강력사건 신고 등 긴급 전화 불통으로 인한 시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주부 김모(49.대구시 북구)씨는 "119 구조대에 문의를 하려 전화를 했는데 통화
가 안 됐다"면서 "전화불통 사태라는 뉴스를 접하고는 불이 나거나 강력 사건이 발
생해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고 말했다.
관계 당국의 대비는 그러나 원시적인 방법 그 자체였다.
대구소방본부측은 이날 화재나 사고에 대비해 관내 소방서 직원들을 고층 빌딩
옥상이나 산 꼭대기 등에 배치해 화재 발생 여부를 감시토록 했으며 대구경찰청 또
한 순찰차를 이용한 관내 순찰을 강화토록 긴급 지시하기도 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전화가 안 되는 상황에서 어쩔 도리가 없다"면서 "언제 다
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 만큼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
했다.
한편 이날 낮 중국음식점이나 피자 가게, 통닭집 등 음식 배달 업소들은 거의
장사를 하지 못해 울상이었다.
전화 불통이 마침 전화 주문이 한창 밀려드는 점심 시간 무렵부터 시작됐기 때
문에 이날 하루 적지 않은 영업 손실을 볼 수 밖에 없었다.
대구시 달서구 관공서 밀집 지역에 위치한 한 중국 음식점에는 평소 50건이 넘
던 전화 주문이 10건도 되지 않는 등 대다수 주문의존 식당들이 큰 낭패를 봤다.
이 밖에 병원 진료 예약이나 열차 시각 문의, 축전 발송, 114 전화번호 문의 등
일상 생활에서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업무가 사실상 마비돼 시민들이 볼 일을 보러
직접 몸을 움직여야 하는 등 전화불통으로 상당한 곤욕을 치러야 했다.
이와 관련, 전화 불통 사고를 오후 늦게서야 홈페이지에 공지한 KT측의 무성의
를 비난하는 누리꾼(네티즌)들의 항의성 글이 이날 하루 인터넷에 빗발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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