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그 희고 작은 꽃이 또 희고 작은 꽃의 어미가 되고

또, 그 희고 작은 꽃이 다시 그 희고 작은 꽃의 어미가 되는 동안

나도 어미가 되고 내 딸도 어미가 된다.

다시 내 딸들이 어미가 되는 동안

희고 작은 꽃들은

너무 예쁘다.

딸들이 '예쁘다'고 말할 줄 안다.

정재숙 '딸들의 꽃'

어느 한 순간, 희고 작은 꽃이, 희고 작은 꽃의 어미가 되는, 그 당연한 사실에 놀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쪼그리고 앉아 바짝 다가가서, 고 작은 꽃잎들을 들여다보며 경탄해마지 않습니다.

저만 알고 곱게 자란 딸이 어느 새 커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어미가 되어 저의 어미에게 외손을 안길 때, 세상은 달라져 보인다고 합니다.

모든 생명들은 그 어떤 발명과 창조보다도 어미와 아비가 되는데 가장 큰 의미와 아름다움이 주어진다고 봅니다.

비로소 어미가 되어서야, '예쁘다'고, 진정으로 삶을 긍정하는 가슴 넉넉한 말을 배우게 되는가 봅니다.

박정남(시인)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