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망없다 싶으면 과감하게 바꿔야"

밸브업체(주)화성 장병호 대표

밸브전문업체인 (주)화성 장병호(66) 대표. 그는 한 번도 쉽지 않다는 제조업 창업을 두 번이나 시도, 모두 성공으로 연결시킨 기업인이다.

그것도 경공업 기업인에서 중공업 기업인으로, '간판'을 180도 바꿔가면서 일궈낸 것.

장 대표는 1980년대 초반까지 수출과 수익 기준으로 대구·경북 최고 기업인 가운데 한사람이었다.

누구나 이름이 기억날 법한 '신광양산'이 그의 첫번째 회사.

"1977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이 100억 달러일 때 신광양산이 250만 달러어치를 수출했어요. 국내 수출기준 기업 순위로 따지면 190등이었지. 지금 대구에서 전국 순위 200대 기업 안쪽으로 드는 업체가 몇 개나 있죠? 제 기업 자랑을 하는 것 같지만 당시 신광양산은 정말 대단했어요."

1961년 대구 비산동에서 혼자 시작했던 신광양산이 1970년대 수출바람을 타고 급성장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장 대표는 1981년엔 경북도내(대구시 포함) 소득세 순위 8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양산업계에서 수출로는 선두주자였죠. 그런데 제가 일찍부터 수출에 매달린 덕분에 세계시장의 흐름을 조금은 알고 있었어요. 해외시장을 다니면서보니 1970년대 후반부터 지금의 중국처럼 대만이 저임금과 자국 정부 지원을 힘입어 양산 수출을 점차 늘리고 있었어요. 국내 시장에서도 수출이 잘된다고 하니 너도나도 양산업계로 뛰어들어 상표 도용, 베끼기 등 혼탁양상이 벌어졌습니다.

"

장 대표는 미래가 밝지 않다고 생각했다.

매출도 조금씩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1983년 밤잠을 못자는 고민끝에 과감히 양산공장 문을 닫았다.

성장하지 못하는 기업, 정체하는 기업, 뒷걸음질치는 기업은 비록 당장은 굴러가더라도, 엄격한 의미에서 존재가치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3년간의 발품팔이끝에 가스밸브라는 신수종을 선택, 1987년 우리 나이로 쉰 살에 인생 제2라운드를 시작했다.

"기업인은 어떤 제품을 보면 감이 와요. 가스밸브를 보는 순간, 느낌이 딱 왔지. 그때 사실 양산공장을 계속 돌릴 수도 있었어. 우리 공장을 인수해간 업체도 작년까지 영업을 했어요. 결국 지난해 부도가 났지만…. 자라지 못할 나무는 아깝더라도 단숨에 베어버려야 해요."

소형 가스밸브부터 시작, 그의 회사는 현재 산업용 등 800여 가지 제품을 생산하는 중견업체로 자라났다.

처음엔 인지도 부족으로 고전도 했지만 창업 이후 18년 동안 매출이 계속 성장한 것은 물론, 같은 기간 흑자도 이어졌다.

지난해 기준 연간 매출 270억 원, 매출 가운데 20%가량은 수출이다.

선진국인 캐나다가 수출 주력시장이다.

2000년엔 동종 업계에선 처음으로 코스닥 등록도 했다

지역의 미래에 대해 물어보자 장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이렇게 조언했다.

"대구 기업인들은 보수성을 버려야 합니다.

안되는 사업을 붙들고 있으면 망합니다.

섬유 등 지역 전통산업이 도약하지 못한 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기업인은 정상에서 내일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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