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봄은 동백꽃 융단을 밟고…

거제도 공고지 3만여평 농장 '자연 그대로의 풍경'

봄은 남도의 동백숲에 머물고 있다. 산 위의 잔설에 막혀 북상을 못하고 잔뜩 웅크리고 있다. 그래서일까. 동백숲에는 봄기운이 가득하다. 야트막한 산 능선에서 해변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은 붉은 터널을 이뤘다. 터널 속 끝이 보이지 않은 돌계단에도 송이째 떨어져 붉은 융단을 깔았다. 행여 밟을까 조심스레 치워보지만 엄두를 내지 못한다.

공고지. 거제도의 마지막 숨은 명소인 이곳의 봄은 붉은 색이다. 40여 종의 동백이 한창 꽃망울을 터트렸다. 거제의 외도가 잘 다듬어져 화려하다면 이곳은 자연 그대로의 풍광이 주변 경치와 잘 어울리는 곳이다. 내도가 눈앞이고 멀리 해금강이 그림같이 펼쳐져 있다. 바다 쪽을 보고 있으면 봄냄새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그러나 공고지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거제시 일운면 예구리에서 20여 분 산능선을 넘어 해안가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 아직 찻길도 없는 한적한 곳이다. 가끔 몇몇 사람들이 색다르고 조용한 곳이라며 알음알음으로 찾아올 뿐이다. 3만여 평 산비탈 농장엔 봄꽃이 한창이다. 봄기운이 올라 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노란 수선화가 꽃망울을 내밀었다. 매년 봄이면 수선화 천국이다. 수선화는 3월 말까지 이곳에서 봄을 맞는다. 집 뒤에 숨은 홍매화도 동백과 색깔경쟁에 나섰다.

곳곳에 나 있는 오솔길과 산책길은 봄을 느끼기에 안성맞춤이다. 길 주변의 야생화와 동백나무, 후박나무, 각종 조경수, 종려나무가 손을 댄 흔적 없는 주변 풍경과 잘 어울린다. 줄을 지어선 1만여 그루의 종려나무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을 배경삼아 숲을 이뤘다. 이것 때문일까. 같은 이름의 영화 '종려나무 숲'(감독 유상욱)이 3월 중순 이곳의 아름다운 풍광을 카메라에 담을 예정이다.

이곳은 강명식(75). 지상악(71)씨 부부의 40년 정성이 담긴 곳이다. 1957년 이곳에 터전을 옮겨온 이후 이들은 산비탈에다 계단식으로 돌을 쌓고 식물을 심고 다듬어왔다. 이곳 풍경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이젠 이들 노부부의 40년 노력이 봄꽃처럼 활짝 피어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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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사진·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사진: 공고지의 동백나무 터널. 이웃 마을로 넘어가는 유일한 통로인 돌계단에는 동백 꽃송이가 떨어져 붉은 융단을 깔아놓은 듯하다.

※매일신문 홈페이지(www.imaeil.com) 기자클럽 '박운석의 콕 찍어 떠나기'를 클릭하시면 '거제도의 숨은 명소, 공고지'에 관한 좀더 상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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