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무단 철거 '忠義祠 현판'

조선조 1395년에 세워졌다가 임진왜란 때 소실, 1865년 대원군 시절에 다시 세워졌던 광화문(光化門)은 비운이 잇따른 문화유산이다. 그 뒤 1927년 일제의 우리 문화 말살 정책으로 또 뜯겨 옮겨졌다가 1950년 6'25 한국전쟁 때는 타버렸다. 다행히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이 복원, 자신의 친필 휘호 현판(한글)을 걸었었다. 그러나 이 현판의 교체 문제를 두고 한동안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찬반 양론이 맞서는 가운데 '박정희 때리기'라는 인상이 없지 않다는 여론이 높게 일기도 했다.

◇ 윤봉길(尹奉吉'1902~1932) 의사 사당인 충남 예산군 덕산면 충의사(忠義祠)의 박정희 전 대통령 친필 휘호 현판을 무단 파괴'철거한 사건이 일어났다. 서천문화원장 양수철(전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부장)씨가 어제 근무자들이 출근하기 전에 무단 침입, 이 현판을 떼어내 도끼로 세 동강 낸 뒤 독립기념관으로 가져가 전시하고 기념촬영까지 한 모양이다.

◇ 이 현판은 1968년 4월 29일 충의사 준공식에 참석한 박 전 대통령이 현장에서 써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양씨는 지난해도 두 차례나 철거하겠다고 나섰다가 경찰 제지를 받았으며, 이번 사건으로 '어떤 불이익도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한다. 한편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부는 이 일을 두고 '양 동지가 쾌거를 이뤘고, 이를 적극 지지한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 박 전 대통령이 우리 현대사에 남긴 족적에는 영욕(榮辱)이 교차하고 평가가 엇갈리는 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근대화'라는 구호 아래 더 잘 살게 된 '산업화'를 이뤄냈지만, '권위주의적 통치와 인권 탄압'이라는 오명이 동시에 따라다닌다. 그러나 아직 성급한 평가나 한쪽으로 쏠린 시각은 자제되고 경계되는 게 옳다. 더구나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는 일은 안 하느니보다 못할 수도 있다.

◇ 지금 우리 사회는 '좌'우'로 갈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인 때리기가 자발적으로 진행된다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특정인을 향한 '증오의 집단 무의식'이 사회 일부를 지배하고, '포퓰리즘'과도 연결된다면 더구나 그렇다. 박 전 대통령이나 그 시대에 대한 올바른 접근법은 '때리기'나 '감싸기'가 아니라 '넘어서기'가 돼야 하지 않을까. 역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게다.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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