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대학생 A씨는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배낭여행은 무전여행'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가능한 한 오랫동안 많은 국가와 도시를 방문해야 한다는 각오를 하고 있었다. 숙박비를 줄이기 위해 3, 4일은 꼬박 야간열차를 타고 다녔다. 그런 그에게 유스호스텔에서 아침에 나오는 뷔페는 더할 나위 없는 보배였다. 식사는 하되 포장해서 가지고 나가는 것은 안된다는 안내문이 적혀있었지만 '그건 내가 알 바가 아니지'라는 생각에 몰래 냅킨에 빵과 햄, 치즈 몇 조각을 싸서 나왔다. 경비를 줄이기 위해 무임 승차는 기본. '검사도 잘 하지 않는데 걸리지만 않으면 그만이지'라는 허황된 생각에서였다. 그러다 불시에 검문에 걸려 표값의 무려 50배를 물어야 했다. '이 무슨 재수없는 일인가'.
그렇게 열심히 두달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니 몸무게가 5㎏이나 빠졌다. '남는 건 사진 뿐이지'라는 말처럼 열심히 사진을 찍어댄 탓에 인화비만 10만 원이 넘게 나왔다. 어이구! 그렇게 찾은 사진을 보니 거기가 거기 같고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과연 내가 유럽을 잘 다녀왔는지 회의가 느껴졌다는게 A씨의 변.
2004년 여름 직장인 B씨는 재충전을 위해 유럽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떠나기 전 상당한 시간 유럽에 관해 꼼꼼히 체크를 하고 배낭여행 전문여행사에 수시로 들러 여행 전문가와 상의를 하면서 일정을 짜고 숙소를 예약했다. 유럽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누리기 위해 충분한 예산을 준비했고 정보도 많이 수집했다.
'배낭여행은 극기 훈련이 아니지'라는 생각에 충분한 예산을 마련하긴 했지만 그래도 최대한 절약하면서 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연히 무임승차와 같은 불법 행동은 꿈에도 꾸지 않았고 도착한 도시마다 꼭 해볼 것과 꼭 먹어볼 것은 경험했다. 매일 밤 도시의 한적한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을 음미하는 걸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디카로 찍어온 사진도 적지는 않지만 카메라보다는 마음속에 찍어온 유럽이 많기에 항상 유럽을 생각하면 뿌듯함이 느껴진단다.
배낭여행은 거지 여행이 아니다. 가장 저렴하게 여행했다는 것은 더 이상 자랑거리가 아니라 오히려 놀림거리 밖에 되지 않는다. 일단 여행을 결심했다면 충분한 예산을 챙기고 유럽이 주는 많은 혜택들을 누리고 오는 것이 이제는 현명한 여행 방법이다.
이영석 고나우여행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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