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지방분권 및 균형발전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관련한 심사작업에 한창이다. 서울에 위치한 160여 개 공공기관을 수도권, 대전을 제외한 12개 시·도로 이전하고 혁신도시를 함께 건설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야심찬 계획이다. 각 시·도는 10∼15개 기관, 직원수 2천∼3천 명이 옮겨오면서 나타날 수 있는 경제적·산업적 파급 효과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때문에 각 시·도마다 규모가 크고 사업비를 많이 쥐고 있는 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로비전을 펼치고 있다.
◆어떻게 되고 있나?=아직까지는 이전 예정지, 심사과정 등 상당부분이 베일에 가려 있다. 균형발전위가 '지역전략산업 및 공공기관 특성을 고려해 배치하겠다'는 원칙만 내놓은 채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집단이전 기관(지역전략산업과 연관되거나 시너지 효과가 있는 기관)은 시도별 특화 및 전략산업, 발전잠재력 등을 반영해 결정하고 개별이전 기관(나머지 기관)은 시도별 불균형을 조정할 수 있고 이전대상기관의 지역 선호도를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모호한 심사기준 탓에 정치적인 문제가 개입될 여지가 높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각 시도 대부분이 원하는 한전, 주택공사, 토지공사 등을 비롯해 정보통신 및 산업지원 관련 기관 등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입김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부터 한전·가스공사는 호남권, 주택공사는 충청권, 토지공사는 부산, 광업공사는 강원도에 내정됐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을 전국 12개 시·도에 고루 배치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방식으로 결정할 것"이라며 정치적인 해석을 경계했다. 그렇지만 현 정권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지 못한 대구·경북은 '산술적인 평균에 맞춘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행정중심 복합도시 특별법'이 2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3월말쯤 이전 예정지 발표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만 당초의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비해 정부부처 이전 수가 줄어듦에 따라 연기·공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 수가 당초 계획(30개 안팎)보다 다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구는 어떤 기관을 원하나=대구는 지난달 경북과 공동으로 유치추진위원회(위원장 이종현)를 구성하고 국가균형위에 유치희망 기관을 제출했다. 대구, 경북 한곳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판단돼 함께 힘을 모아 실속있는 기관을 유치하겠다는 의도다.
대구와 경북은 집단이전 기관 가운데 정보통신(8개 기관), 산업지원(7개), 전력산업(10개), 문화학술(8개)관련 기관을, 개별이전 기관 가운데 한국토지공사, 국토연구원, 기초과학지원연구 등 3개 기관을 공동 유치키로 했다.대구 단독으로는 방재안전(7개)관련 기관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사회연구원, 한국건설관리공사 등 4개 기관을 희망하고 있다.
사실 대구는 경북과 마찬가지로 한전, 도로공사 같은 규모가 큰 개별기관과 함께 정보통신 관련기관, 산업지원 관련기관 등을 강하게 원하고 있다. 대구는 △모바일, 임베디드 등 지역특화 분야를 집중 투자해왔고 △동대구벤처밸리, 대구소프트타운 등 IT산업 거점 및 산학연계 효과가 높으며 △구미· 대구·포항을 연결하는 산업벨트 및 울산 · 창원의 산업단지와 연계돼 산업집적도가 높다는 점을 당위성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이중 수백 개의 벤처기업이 함께 움직일 수 있는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매년 1조 원 이상의 사업비를 쓰고 있는 한국산업기술평가원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 이전은 정치적 이해관계, 지역별 안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사안인 만큼 구체적인 유치전략을 짜고 실행하기 어렵다"라면서 "제대로 된 기관 1, 2곳만 유치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대구가 중소기업 비중이 전국 최고수준(99.8%)을 자랑하는 데다 밀라노프로젝트로 대표되는 섬유중심 도시인만큼 중소기업지원 및 섬유관련 기관 유치에 대해서는 다소 자신하는 분위기다.유치추진위원회는 4일부터 청와대와 균형발전위 관계자 등을 만나고 유치 희망기관 등도 방문해 대구·경북의 강점을 설명할 계획이다.
◆경북은 어떤 기관을 원하나=경북은 지난해 5월 도내 23개 시·군별로 신청서를 접수해, 총 36개 공공기관 유치를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제시했다.
이전 효과가 가장 큰 소위 '빅5'(한국전력공사와 한국도로공사, 한국토지공사, 대한주택공사, 한국가스공사) 중 한전과 도로공사 가운데 하나를 유치하길 원하고 있다.한전의 경우 경북 도내에 국내 원전 가운데 46%에 달하는 9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입지해 있는데다 향후 9기가 추가로 건설될 계획인 만큼 도내 유치 명분이 충분하다는 것.
특히 경북도는 한전의 경우 호남지역으로 배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현재 도로공사 유치 쪽에 힘을 모으고 있다.집단 이전이 추진되고 있는 산업특화기능군 공공기관으로 경북도는 한국전산원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등 정보통신 관련 공공기관 6개 유치를 위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디스플레이, 휴대전화 생산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전자정보기기 산업이 경북도의 지역전략산업인 만큼 정보통신 관련 공공기관의 집단 이전은 당위성이 있다는 것.
또한, 농업인구와 경지면적이 전국 1위인 전형적인 농도 특성을 가진 만큼 농업공학연구소, 농업과학연구원 등 농업지원 관련 공공기관 5개의 집단 이전에도 뜻을 내보이고 있다. 극동지역 유전 공동개발 및 동시베리아 송유관 건설 등을 통해 동해안을 에너지 관련 특화 산업단지로 조성하기 위한 동해안 중점 개발형 공공기관 이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북도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국가경쟁력 제고를 최우선 잣대로 삼아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태권도 공원처럼 정치적 고려에 의한 배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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