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順境의 미덕은 自制

경북지역의 4·30 재·보궐 선거전이 사실상 이미 시작됐다.

투표일은 아직도 2개월 가까이 남아있다.

그런데도 선거전이 막을 올렸다고 하는 것은 한나라당의 후보 공천을 따내려는 사람들의 물밑 경쟁이 공식 선거전 때만큼이나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경북지역의 재·보궐 선거 역시 지난해 총선과 이전의 지방선거 때처럼 야당인 한나라당의 석권이 분명해 보인다

물론 일부 지역에서는 극적인 모멘트만 있다면 열린우리당 후보와의 접전이나 대반전이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극적인 모멘트가 터져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결국 '한나라당 후보 공천 = 당선'인데 한나라당 공천을 받고 싶지 않은 정치 지망생들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다 보니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하려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경쟁 상대에 대한 비방과 공천 내정설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집권 여당이란 위상에 어울리지 않게 재·보궐 선거 후보가 마땅찮아 고민이다.

공천을 희망하는 사람이 현재까지 단 한 명도 없는 선거구들이 있고, 그나마 공천 희망자들이 있는 선거구도 이들이 매우 흡족하지는 않은 것 같다.

▨ 본선보다 예선이 더 치열한 선거

본선인 선거전도 아닌, 후보 공천이란 예선을 놓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처한 상황은 대구·경북의 현재의 정치 기상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후보 공천 경쟁을 지켜보면 씁쓸한 구석이 한두 곳이 아니다.

경쟁 상대에 대한 흠집 내기, 비방은 '후보 공천이 당선 보장'으로 여겨지는 상황인 만큼 그러려니 할 수 있다.

그런데 '공천 내정설'은 웬 말인가.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궐 선거가 한나라당이 어떻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최적의 계기가 되는 만큼 개혁적이고 참신한 인물을 공천하겠다며 공정한 공천 심사를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공천을 바라는 적지않은 사람들이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특정 국회의원들의 이름을 들먹이며, '공천 내정'을 이미 내세우고 있지 않은가.

만약 이들이 말하는 '공천 내정'이 사실이라면 이는 한나라당이 변화하기는커녕, 대구·경북만큼은 여론을 도외시하고 '누구든 공천만 하면 시·도민들이 당선시켜줄 것'이란 자만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공천 내정'이 사실이 아니라면 한나라당은 이를 분명히 밝히고, 이들이 자신의 공천 후원자라고 내세우는 국회의원들도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해야 마땅하다.

'공천 내정' 이야기가 자꾸 번지면 한나라당에 대한 대구·경북의 비판적인 눈길만 더욱 강하게 할 뿐, 결코 한나라당에는 도움될 일이 없지 않은가.

한나라당 공천을 받으려는 일부 인사들의 정치 전력도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뒤 탈당했다가 공천을 희망하는 인사도 있고, 다른 선거구에서 지난번 선거때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출마한 뒤 낙선하자 선거구를 바꿔 후보로 나서려는 이도 있다.

이제까지 다져온 선거구를 포기하고 다른 선거구의 공천을 받으려는 것은 물론 '대구·경북은 한나라당 후보 = 당선'이라는 공식 때문이다.

선거구 변경은 당선된 뒤 당을 바꾸는 속칭 '정치 철새'와는 경우가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를 지역 유권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리고 한나라당은 후보 선정 때 어떤 잣대를 들이댈지 궁금하다.

▨ 무한정 동방불패는 아니다

대구·경북은 최근의 몇몇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동방불패인 곳이 분명하다.

이번 재·보궐 선거 역시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자만하지 말라. 한나라당을 무작정 지지해서가 아니라 달리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을 독식하는 현재의 정치 구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그만큼 갈수록 커지고 있음도 분명하지 않은가.

역경(逆境)의 미덕은 불요불굴이고, 순경(順境)의 미덕은 자제(自制)라고 했다.

한나라당은 현재까지 대구·경북에서만큼은 '순경'의 상황을 이어왔다.

그럴수록 더욱 자제해야 한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말도 있다.

이번 재·보선 공천은 변화하겠다는 한나라당의 공언이 대구·경북에서 과연 사실인지, 그리고 '순경'에서 '자제'의 미덕을 보일 수 있는지 시·도민들이 따져보는 작은 단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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