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1세기 말 한국, 일본 앞지른다"

가상역사 21세기/마이클 화이트·젠트리 리 지음/책과함께 펴냄

앞으로 100년 동안 인류 역사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21세기 인간들은 어떤 삶을 살아 가고 있을까. 이 책은 '2112년이라는 가상의 미래 시점에서 지나온 100년을 되돌아 본다'는 기발한 발상에서 출발하는 일종의 가상 역사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초의 과학자'를 비롯해 다수의 베스트 셀러를 낸 영국의 과학 전문저술가 마이클 화이트와 미국 NASA의 주임 연구원 젠트리 리가 탄탄한 과학적 근거 위에 상상력을 발휘하여 미래 100년간 인간의 삶을 소설처럼 재구성했다.

그동안 많은 미래예측서들이 큰 윤곽과 방향은 제시했으나 아직 일어나지 않는 미래에 대해 구체적이고 세밀한 묘사는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책은 실제 있었던 역사처럼 미래를 다루고 있어 책 속에 등장하는 사건들이 실증적 사실처럼 다가오게 만든다. 비록 가상이지만 구체적인 인물 등을 등장시켜 논리적 타당성과 충분한 설득력을 갖춘 설명을 기승전결에 맞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

◇ 미래 100년간 삶 소설처럼 재구성

"그렘마(증조 할머니)께서는 옛날에 사람들이 살았던 방식, 즉 할머니의 말씀을 빌리면 컴퓨터가 우리 일을 다 알아서 해주기 전의 생활에 대해서 즐겨 말씀하시곤 한다. 나는 할머니 말씀의 반도 믿을 수 없다. 집에 가사를 도맡아 해주는 컴퓨터가 없다든지 의사들이 진짜 칼을 사용하여 사람들의 몸을 절개한다든지 하는 이야기들은 마치 할리우드 호러 가상세계를 체험하는 것과도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2099년 열두살 소년이 들려주는 이야기 등 가상 인물들의 인터뷰, 일기, 수기 등을 통해 들려주는 육성은 실제처럼 생생하다. 그들의 육성을 듣고 있으면 실제로 살았던 인물이 아닐까 착각에 빠지게 된다.

저자들은 근대로부터 20세기까지 이루어진 과학 기술상의 발전성과를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하여 정리한 다음 그것을 토대로 실현가능하며 타당한 미래를 그리고 있다. 이 책에서 예측하고 있는 주요 사건을 보면 2011년 최초의 복제인간 '우밍쾅'이 중국에서 태어나고, 2015년 DNA 분석 완전자동화 및 암 유전자 완전 해독이 이뤄진다. 2016년 인도와 파키스탄 간 핵전쟁이 발발하면서 이후 전세계는 핵 폭발이 초래한 가공할 파괴력과 사망률에 경악하게 되고, 인도의학연구소 명예교수 아쇼크 쿠마르 박사의 헌신적인 반핵 운동 등에 힘입어 주요 국가들이 핵무기 비축량을 현격히 줄이고 우발 방지 국제의정서도 만들어 장차 일어날지도 모르는 핵사고의 미연 방지와 핵무기가 전쟁도구로 사용될 가능성까지 최소화하게 된다.

2018년 에이즈 바이러스 백신이 개발되고 2020년 줄기세포에 의한 최초의 치료법이 실현된다. 2011년 무대에서 떨어져 등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한 록 가수 제니 빌트모어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손상된 척수를 치료해 2024년 11년간의 휠체어 신세를 청산하고 메디스 스퀘어 가든에서 열광하는 관중들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 2011년 복제인간 중국서 태어나

2035년에는 평균 수명의 증가에 따라 자발적 안락사가 합법화되고, 2036년에는 주식시장이 붕괴하면서 다시 한번 대공황이 발생한다. 또 2037년 미국 시애틀에서 대지진이 발생하고,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합병한다. 2038년에 들어서는 아프리카에서 물 전쟁이 발발하고, 2048년 기독교가 약화되고 동양 사상이 전 세계로 확산된다. 2050년에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한다.

특히 새로운 경제 질서와 관련, 2020년 중국이 주요 자동차 생산국이 되면서 일본의 자동차 산업은 위축되기 시작하고, 2060년 중국의 자동차 생산능력이 일본을 앞지른다. 일본은 비디오게임과 오디오 시장에서도 선두를 빼앗긴다. 21세기 말이 되면 일본은 어느 분야에서도 세계 강국이 아니다. 특히 한국은 21세기 접어 들면서 첨단기술에 기반한 탄탄한 경제와 중국의 거대한 경제우산 속으로 발빠르게 능동적으로 편입하는 기민함으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뤄 생활수준과 일인당 국민 총생산액에서 일본을 앞지른다는 기분좋은 내용도 담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은 한마디로 재미있다는 것이다. 출간전 서울 교보문고에서 실시한 시사회에 참석했던 어느 독자는 독후감을 통해 "조지 오웰의 '1984' 이후 인간의 미래 삶을 가장 잘 예측하고 묘사한 책이다. 가상으로 2112년에 쓴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내가 진짜 몇 년도에 살고 있는지 혼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1984'가 디스토피아 소설이면 이 책은 유토피아적 요소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휠씬 더 매력적이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스티븐 스필버그의 드림웍스에서 가상 다큐멘터리로 제작중이다. 536쪽,1만4천900원.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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