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 어린 나는 세상으로 나오면서 혼혈아로서의 정체성 때문에 고통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튀기'라는 이유로 한국 아이들로부터 놀림을 받았고, 머리색깔이 이상한 미국아이들과도 어울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느 곳에도 서지 못한 채 주변을 서성일 수밖에 없었지요."
하인즈 인수 펜클(Heinz Insu Fenkl)은 1960년 한국인 어머니와 주한미군이었던 독일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났다. 어린 시절을 서울 근교 부평 등지에서 보낸 그는 12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독일과 미국에서 성장했다.
미국 대학에서 본격적인 문학수업을 시작해 황순원의 작품들을 우리말로 번역하기도 했다. 그의 장편소설 '고스트 브라더'(원제 Memories of My Ghost Brother)는 한국계 미국인 혼혈작가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성장사이다.
자신의 생생한 유년의 경험과 추억들을 탄탄한 서사와 풍부하고도 신비스런 문체로 펼쳐낸 이 소설은 한국전쟁을 겪은 혼혈아의 비극적인 유년의 삶이 작가의 뛰어난 문장력으로 우리들 가슴을 울린다. 그래서 이 소설은 우리 모두가 두 눈 똑바로 뜨고 바라보아야 할 우리 자신들이기도 하며 부끄러운 참회록이기도 하다. 비록 국적은 다르지만 그의 이름자 중간에 보이는 '인수'(Insu)라는 글자에서 우리 핏줄의 흔적을 읽을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의 이름이기도 한 소설의 주인공 '인수'를 통해 혼혈아로서 겪게 되는 좌절과 분노, 슬픔뿐 아니라 우리가 일부러 외면하거나 잊고 싶어하는 과거의 아픈 역사까지 꼼꼼하게 훑어낸다. 소설에서 작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거나 친숙한 민담이나 설화'신화 등이, 죽은 형의 이미지와 함께 끊임없이 펼쳐져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내며 이야기 쫓기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반즈 앤 노블에서 선정하는 '위대한 신세대 작가' 명단에 올랐으며, 1997년 헤밍웨이 문학상 최종심에 오르기도 했다. 뉴욕타임즈는 그의 소설을 두고 '엄하지만 따뜻한 눈길…, 좀처럼 보기 힘든 곳에 대한 친밀한 시선'이란 평가를 했고, 샌프란시스코 북리뷰는 '생생하고 강렬한 묘사…, 한국에 관한 아시아계 미국인의 감동적이고 시적인 묘사'라는 찬사를 받았다. 작가 하인즈 인수 펜클은 미국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문학과 한국문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1984년에는 연세대에서 영어강의와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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