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6개월간의 교직생활을 마치면서 퇴임식도 마다한 채 그 비용으로 제자들을 위해 컴퓨터 교실을 새롭게 단장해 주고, 후배 교원들을 위해서 자판기와 정수기를 선물한 류장춘(67) 전 진량초교 교장.
지난달 28일 정년 퇴임한 그는 동생 류장발(대구대 생명환경학부) 교수와 두 아들이 준 1천만 원으로 퇴임식 대신 뜻깊은 퇴임선물을 준비했다. 진량초교에는 30대의 컴퓨터가 있지만 그나마 몇 대는 늘 고장난 상태고 10여 명의 학생들은 두 사람이 함께 컴퓨터를 써야 할 처지였다.
류 전 교장은 시골 아이들이 바깥세상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교육이 중요하다고 여겨 언젠가는 컴퓨터 교실을 고쳐 주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학교 예산으로 고치기는 쉽지 않았다.
이에 따라 류 전 교장은 퇴임식 비용으로 지난 겨울방학 동안 컴퓨터 교실과 맞붙은 서예실 벽을 허물어 교실을 하나로 넓히고 컴퓨터 10대를 더 설치해주었다.
그는 차 심부름으로 동료 교장이 자살한 안타까운 현실을 보고 후배들이 차 한잔이라도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도록 자동판매기 한 대를 설치해 주었고 정수기도 선물할 예정이다. 류 전 교장은 "43년을 천직으로 알고 지켜왔던 교단을 떠나면서 제자들과 후배들을 위해 사랑이 담긴 징표를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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