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면도'→ '굴업도'→ '위도'→ '?'

원전센터(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는 20여 년 동안 추진과 포기를 거듭하며 제자리걸음을 해왔다.

원전센터의 수난사는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과학기술처는 주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극비로 사업을 추진, 1990년 11월 기습적으로 안면도를 후보지로 선정했다.

곧바로 주민 1만8천 명은 격렬한 반대 운동에 돌입했고, 밀실행정이란 비난 속에 정근모 장관이 해임되고 안면도는 후보지에서 제외됐다.

주민 반발에 발목이 잡혔던 정부는 1994년 12월 9가구만 살고 있는 굴업도를 후보지로 다시 선정했다.

이때 주민반발은 없었지만, 정밀 지질 검사 결과 활성단층이 발견되어 정부 스스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1997년 주무부처가 과기부에서 산자부로 바뀌면서 그동안의 강제지정 방식에서 벗어나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후보지를 공개 모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희망지역이 없어 이 방식 또한 무산되고 말았다.

2003년 2월 산자부는 울진군 근남면과 영덕 남정면, 전남 영광군 홍농읍, 전북 고창군 해리면 등 4곳을 유력한 입후보지로 선정했다.

이때 전북도와 부안군이 원전센터 유치를 신청했고, 신청 지역이 있으면 우선 고려한다는 조항에 따라 위도가 후보지로 최종 선정됐다.

지자체에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스스로 원전센터 유치를 신청한 것이 처음인데다, 원전센터가 들어설 위도 주민들이 적극 찬성하는 입장을 보여 국가적 난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4월 스스로 정부의 공신력을 훼손시켜 가면서 양성자가속기 사업을 원전센터와 연계해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양성자가속기' 사업을 두고 경쟁을 벌이던 대구와 전북 익산 중에서 원전센터를 유치하려는 전북도를 밀어주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군수 폭행사건 등을 거치면서 부안 역시 주민과 환경단체들의 반대라는 파고를 끝내 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양성자가속기 사업 역시 덩달아 표류하고 있는 중이다.

원전센터의 건설이 더 이상 늦어지면 2008년 이후 폐기물을 보관할 장소가 없어 국내 전력 공급의 43%를 차지하는 원자력 발전소 가동이 중단될 국가적 위기를 맞고 있음에도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한 것이다.

막다른 위기로 몰린 정부는 이달 2일 특별지원금 3천억 원과 연간 수십억 원의 반입수수료, 한국수력원자력 현지이전을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유치지역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특별법의 지원규모는 최소치이며, 지역이 정해지면 추가 지원방안도 논의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

원전센터를 유치하는 지자체에 줄 당근(?)을 크게 늘린 셈이다.

이에 따라 아직 대단히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원자력발전소 주변 지역의 일부 주민과 지자체를 중심으로 원전센터 유치에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를 끼고 살면서 이보다 위험도가 훨씬 더 낮은 원전센터 유치를 반대해 지역발전의 기회를 놓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 이들의 속내라는 분석이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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