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희망' 창하오(중국) 9단이 마음속 깊이 응어리졌던 세계대회 무관의 설움을 씻어냈다.
창하오는 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5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전 결승 4국에서 '독사' 최철한 9단을 상대로 314수까지 가는 접전끝에 흑 3점승을 거두고 종합전적 3승1패로 우승상금 40만달러(약 4억원)의 주인공이 된 것.
최철한이 세계기전 첫 우승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는 '올인'과 창하오의 '한(恨)'의 대결로 압축됐던 이번 결승 시리즈는 결국 한의 승리로 마감됐다.
초반부터 내내 반면을 주도해 나가던 창하오가 종반 연이은 실착을 범한 데다 설상가상 시간 벌점 2점을 받아 한때 역전이 이뤄지는 듯 싶었으나 곧이어 최9단도 실수와 함께 벌점을 당해 더 이상 격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창하오의 우승은 중국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한풀이의 의미가 담겨 있어 더욱 뜻이 깊다.
우선 중국은 최근 지독한 공한증에 시달리며 국제대회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낙마했다.
특히 응씨배에서는 한국의 우승 잔치만 지켜봐야 했다. 4년마다 열려 '바둑 올림픽'이란 별칭을 지닌 응씨배는 89년 제1회 대회에서 조훈현 9단이 우승한 이래 서봉수 9단, 유창혁 9단, 이창호 9단이 차례로 정상을 밟았던 것.
게다가 창하오 9단에게는 '만년 준우승'과 '새가슴'이란 치욕스런 별명이 따라다녔다. 그 동안 국제대회에서 한국의 벽에 막혀 준우승만 6번 했고 중요한 승부만 걸렸다 하면 절에 간 색시처럼 고분고분해지는 탓에 새가슴아니냐는 시선도 받았다.
하지만 창하오는 이번 승리로 6전7기끝에 세계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컵을 안으면서 오명을 깨끗하게 떨쳐버릴 수 있게 됐다.
창하오의 승리가 확정되자 중국 검토실에서는 일제히 환호성이 터졌다. 창하오의 아내이자 여자 프로기사인 장쉔 8단은 "기쁘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고 남편의 위업을 자랑스러워했다.
취재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공개 해설장에 들어선 창하오는 "89년 1회 대회에서 조훈현 9단에게 패했던 녜웨이핑 선생님(창하오는 그의 제자이다)과 조국의 한을 풀어 드리게 된 것이 기쁘다"라고 말했다.
창하오는 이어 "대국장이 베이징이라는 것이 이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눕자마자 잠이 들었고 눈을 뜨면 아침이었다. 휴식은 충분했다"고 덧붙였다.
중국기원의 왕루난 원장도 "잉창치(응씨배 창설자) 선생의 소원을 들어드리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라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창하오의 승리 요인에 대해 "더 독했고 잘 뒀다"고 평가했다.
반면 아쉽게 준우승에 머문 최철한 9단은 "열심히 뒀기에 후회는 없다. 전에는 지는 경험이 득이 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달라졌다. 좋은 경험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응씨배 결승 소식을 확인하기 위해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 17만명이 접속하고 100여명 가까운 취재진이 취재경쟁을 벌이는 등 이번 응씨배 결승전에 보여준 중국의 관심과 열기는 대단했다.
창하오의 우승은 활활 타오르는 중국바둑에 기름을 끼얹는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4일부터는 중국 개최의 춘란배의 결승전이 벌어진다. 대국자는 이창호 9단과 중국의 저우허양 9단. 28일부터 벌어질 LG배는 결승전 대국자가 중국의 위 빈 9단과 일본의 장쉬 9단이기에 한국과는 이미 인연이 없는 상황.
잔뜩 고무된 중국바둑에 날개를 달아주느냐 아니면 한국이 강력한 제동을 걸고 최강의 위용을 재확하느냐.
그 막중한 짐은 '미안하게도' 또 다시 이창호의 어깨 위에 올려진 셈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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