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중구 종로. 한때 수십 개의 가구점이 밀집해 명성을 떨쳤던 이 거리가 새로운 문화거리로 탈바꿈하고 있다.
20여 년 전부터 도자기, 한지공예, 고가구 등의 가게들이 꾸준히 들어서면서 지금은 서울 인사동 거리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전통문화 관련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곳이 문화거리로 변신을 시도한 것은 지난 1983년 다구(茶具)를 취급하는 '청백원'이 들어서면서부터. 이후 도자기 및 골동품 가게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지금은 10여 개에 이르고, 특히 지난해 말 3, 4곳이 한꺼번에 생기면서 자연스레 문화거리로 바뀌고 있는 것.
청백원 이회성 사장은 "지난해만 해도 초저녁이 되면 거리 전체가 어두워지고 행인들도 없어지는 등 상권이 침체됐었지만 지금은 거리 분위기가 밝게 바뀌었다"면서 "이 때문에 공예나 염색 관련 상인들도 여건만 맞으면 이 골목으로 들어오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특히, 다구를 비롯한 도자기의 경우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도소매 시장이 거리 내에 형성돼 있다.
청백원 200여 평, 홍백원 70여 평, 다소원 110여 평 등 전국 최대 규모의 도자기 상점이 3, 4곳이나 모여 있는 것. 이 때문에 도자기 생산지인 경기도, 경남 지역을 제치고 종로 거리가 이미 전국에서 유명한 다구 골목으로 자리잡았다.
또 차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이 거리를 손꼽을 만큼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것. 지금도 광주, 대전, 경기도 등 전국 곳곳에서 도자기 쇼핑을 올 정도다.
다소원 김정제 사장은 "점포당 차 도구 등 300개 이상의 품목을 갖추고 있어 전국 어느 지역도 이만큼 갖춘 곳이 없다"면서 "약령시장에 가려 있을 뿐 독자적인 차문화 거리를 형성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골동품을 취급하는 가게도 하나둘 모여들고 있다.
3년 전 생활 앤티크 전문점 '진경'이 가장 먼저 자리를 잡은 후 2년 전엔 고가구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목원(木院), 몇 달 전엔 골동품 인테리어를 매매하는 명징(皿澄)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진경 배명준 사장은 "시내에서 가까운데다 유서깊은 거리이기 때문에 활성화된다면 문화 탐방 장소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 사장은 현재 생활 골동품을 서로 사고 팔 수 있는 일요 벼룩시장이나 프리 마켓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또 문화공간도 늘고 있어 문화거리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청백원은 올 상반기 중 지하공간을 갤러리로 꾸밀 계획이다.
갤러리를 통해 젊은 도예작가들을 소개하고 작가들을 지원한다는 것. '다소원'도 2층에 문화공간을 마련, 도자기 작품을 전시하고 차 교육을 하는 공간으로 꾸몄다.
지난해 4월엔 미술공예품을 판매하는 '갤러리 상'이 자리 잡아 미술 공예품을 직접 구입할 수 있으며 지난 1월엔 소극장 '마카'도 종로 거리에 문을 열면서 여러 가지 문화를 함께 접할 수 있게 됐다.
종로 거리의 경우 시내 중심가인 동성로뿐만 아니라 약령시, 염매시장 떡골목, 진골목, 동아쇼핑 등과 인접해 있는데다 주변에 유서깊은 식당과 건물들도 많아, 이를 연계하면 대구의 역사와 현재를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명소로서 각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서울의 인사동의 경우 밀집된 골동품 가게들을 중심으로 현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 거리로 성장, 매년 수십만 명의 외국인이 다녀가는 필수 관광코스로 자리 잡았다.
부산도 부산시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미술의 거리'가 조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구도 약령시와 더불어 종로를 관광자원으로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
특히 지난해 12월 30일 약령시가 한방특구로 지정되면서 국내외 관광객들이 더욱 늘어날 추세이지만 볼거리나 먹을거리 등 주변여건이 열악, 문화거리 조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거리문화시민연대 권상구 사무국장은 "종로는 시내와 가까워 외국인들이 쉽게 방문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는데다 전통과 웰빙 관련 가게들도 모이고 있는 만큼 한방테마특구 안에 종로도 포함시켜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육성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약령시 보존위원회 이석봉 회장도 "종로 거리가 불과 수년 사이에 자연스럽게 전통문화 거리로 탈바꿈하고 있다"며 "지난해 약령시를 방문한 사람들이 10만 명을 넘은 만큼 약령시와 종로 등을 연결하면 볼거리가 많은 테마거리, 대구지역의 훌륭한 명소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종로를 문화거리로 조성한다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의사를 밝혔다.
정하영 대구시 문화체육국장은 "대구의 문화거리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하고 있으며 구청과 협의해 문화거리 조성을 검토하고 방안이 추진되면 적극적인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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