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말아톤' 배형진씨, 하프 마라톤 완주 '함박 웃음'

"형진이가 달리면서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6일 오전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인 배형진(22.정신지체2급)씨가 서울마라

톤 클럽이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주최하는 제8회 서울마라톤대회 하프코스(21.0975km)

에 선수로 참석했다.

영화가 개봉된 뒤 첫 출전한 대회인 데다 옆에서 행로와 속도 조절을 돕는 페이

스메이커 없이 뛰는 첫 하프코스 마라톤인 만큼 배군은 물론 어머니 박미경(46)씨도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화창한 날씨의 휴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출발신호가 울리자 1

만여 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출발한 배씨를 향해 어머니 박씨는 격려의 의미가 담긴

환호를 보냈다.

박씨는 "요새 형진이가 직장에 다녀 충분히 연습하지 못했다. 그래서 형진이에

게 '잘 뛰려고 하지 말고 즐겁게 하라'고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형진씨는 영화가 개봉된 뒤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의 관심이 오히려 힘겹기도 했

지만 운동을 통해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좋아지고 자신감이 생긴 것도 사실.

어머니 박씨는 "예전에는 화이트데이 같은 날 일부러 초콜릿을 챙겨주면서 사람

들하고 나눠 먹으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형진이가 '(사람들한테 주려면) 초콜릿을

많이 사야 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을 출발해 가양대교를 반환해 돌아오는 하프코스. 페이스메

이커 없이 뛴다는 어머니의 불안감을 떨치고 배씨는 자신을 알아보는 시민들의 격려

를 받으며 내내 환한 표정으로 완벽하게 코스를 소화했다.

이날 배씨의 기록은 자신의 최고기록보다 30분 정도 늦은 1시간 50분 53초. 그

러나 배씨나 어머니에게나 기록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어머니 박씨는 "형진이가 기록에 연연해하지 않고 달리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화창한 날씨와 서늘한 바람을 헤치면서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고, 땀 흘리는 기분도

느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씨는 "형진이와 저의 삶에 고통스럽고 어두운 측면도 있었지만 사람들에게는

밝게 비춰졌으면 좋겠다"며 "나와 비슷한 처지의 부모들이 '우리도 아이를 데리고

지하철을 탈수 있게 됐다'는 인사를 들을 때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박씨는 "형진이가 달리는 것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한 것인 만큼 특별한 목표는

없다"며 "형진이가 달리기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언제나 사람들과 행복하게 뛰었으

면 좋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연합뉴스)

사진 : 영화 말아톤의 실재 주인공인 배형진씨가 6일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린 제8회 서울마라톤 대회 하프코스에 참가, 1시간 51분의 기록으로 결승점을 통과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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