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기초의원 품위·도덕성 '땅바닥'

최근 대구에서는 기초의회 의장이 형사 사건으

로 벌금을 선고받는 등 기초의원들이 도덕성과 품위를 저버리는 일들이 잇따라 심각

한 우려를 낳고 있다.

대구시 달서구 의회는 지난 2일 임시회를 열어 형사 사건으로 벌금이 선고된 서

모(58)의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출석의원 21명 중 12명이 찬성해 가결했다.

서씨는 지난 2003년 12월 삼성상용차의 설비 매각·이전사업 수주에 나선 업체

의 부탁을 받고 달서구청 건축과에 보관 중이던 삼성상용차 건축허가 관련 공문서를

복사해 건네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가 최근 1심 법원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서씨는 관련 혐의가 드러날 무렵부터 동료 의원들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아 왔으

나 의장 직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끝까지 의장직을 고수하다 결국 타

의에 의해 직무 수행을 정지당하고 말았다.

어찌됐든 서씨는 기초의회 의장으로서 파산한 국내 유명 업체의 기술자료를 외

국업체에 팔아넘기려 한 범죄 행위에 연루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초의원의 도리를

저버렸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대구시 북구의 김모(61) 의원은 최근 불법 주차로 과태료가 부과된 것에 반발해

북구청 교통과를 찾아 강한 '유감'을 표시해 공무원들의 빈축을 샀다.

김 의원은 교통량이 적은 자신의 사무실 앞 도로에 승용차를 세워 놓았다가 불

법주차 단속반에 걸리자 북구청 교통과를 찾아가 "교통 흐름에 전혀 지장이 없는 곳

까지 단속을 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구청 노조 홈페이지에는 김 의원의 행동을 비난하는 글

이 이어졌다.

아무리 화가 났다 하더라도 적법한 행정 집행에 대해 구의원이 자신이 의정활동

을 하는 구청을 찾아가 강력하게 항의했다는 것은 의원의 품위를 내팽개친 행동이었

다는 지적이다.

주차단속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구정 활동을 통해 개선 방안을 찾는

노력을 기울이는 게 구의원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해 말에는 국내 타도시 비교 견학에 나선 대구 서구의회 의원들이 밤 시간

에 노래방에서 이른바 '도우미 여성'을 불러 흥을 돋우게 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

져 구민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노래방으로 허가가 난 곳이었다면 기초의원들이 버젓이 불법을 저지른 셈이고

노래방을 빙자한 유흥주점이었다 하더라도 기초의원들이 견학을 명분으로 다른 도시

까지 가서 도우미 여성을 부르고, 게다가 일행 중 일부는 짓궂은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다는 것은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범위를 넘은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

다.

서구 의회는 이 밖에도 지난해 11월 29일부터 3일간 하반기 의원 세미나를 열면

서 당초 울릉도와 독도를 둘러보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경주의 한 호텔에서 3일 내내

예산심사와 조례 등 의정활동에 관한 '공부'에 전념하기로 했다며 자랑 아닌 자랑을

해 놓고는 결국 울릉도로 가는 배에 몸을 실은 것으로 드러나 주민들을 어리둥절하

게 만들기도 했다.

이렇듯 기초의원들이 최소한의 품위와 도덕성을 망각하는 일이 잦은 데 대해 시

민 김모(28.여.회사원)씨는 "이제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할 기초의회가 아직도 구

태를 보이는 것에 대해 실망을 넘어 절망을 느낀다"면서 "지방의원의 유급화 논의가

아니라 기초의회의 존재 필요성에 대한 논의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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